서면조사와 실지조사
재산을 조금이라도 가진 부모라면 자녀가 결혼할 때 집 문제를 한 번쯤 고민한다.
오늘 상담하러 온 고객도 그랬다.
아들과 딸의 결혼을 앞두고 각각 집을 마련해줬다.
아들은 10억 원짜리 아파트.
딸은 20억 원짜리 아파트였다.
그런데 얼마 뒤 세무서에서 두 장의 통지서가 날아왔다.
아들에게 온 것은
‘재산 취득과 관련한 자금출처 소명안내문’
딸에게 온 것은
‘세무조사 사전통지서’였다.
고객이 두 장을 내 앞에 놓으며 물었다.
“둘 다 세무서에서 온 건데 뭐가 다른 거예요?”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하나는 먼저 자료를 제출해 설명해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통지다.
자금출처 소명안내문
‘자금출처 소명안내문’.
이름부터 상대적으로 부드럽다.
내용은 대략 이런 식이다.
“귀하가 취득하신 ○○ 소재 아파트의 취득자금에 대하여 관련 증빙을 첨부하여 ○일까지 소명자료를 제출하시기 바랍니다.”
이 단계에서는 우선 자료로 설명한다.
부동산 매매계약서.
계약금·중도금·잔금 지급내역.
예금 인출내역.
대출금.
기존 재산 처분대금.
신고된 소득.
증여받아 이미 신고한 자금 등이 주요 소명자료가 된다.
제출한 자료로 취득자금의 원천이 충분히 설명되면 문제가 끝날 수 있다.
반대로 자료가 부족하거나 신고내용과 금융흐름이 맞지 않는다면 추가 확인이 이어질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세무조사로 연결될 수도 있다.
아들 건이 바로 자금출처 소명안내를 받은 경우였다.
“연봉이 1억이니까 5년이면 5억 아닙니까?”
아버지가 아들의 자금출처 자료를 가져왔다.
계산은 간단했다.
연봉 1억 원 × 5년 = 5억 원.
아들 명의 예금 2억 원.
은행 대출 4억 원.
아버지가 자신 있게 말했다.
“합치면 11억이잖아요. 10억짜리 집 사는 데 충분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자금출처조사는 이렇게 단순하게 계산하지 않는다.
내가 물었다.
“아드님이 받은 급여 가운데 현재 남아 있거나 실제 주택 취득자금으로 들어간 돈은 얼마입니까?”
“거의 다 썼고 한 5천만 원 정도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연봉 1억 원을 5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5억 원 전부가 이번 아파트 취득자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동안 생활비로 쓴 돈도 있을 것이고 다른 용도로 사용한 돈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신고된 소득과 재산형성 과정, 실제 금융흐름을 종합해 그 돈으로 집을 샀다고 설명할 수 있느냐다.
예금 2억 원도 마찬가지다.
아들 명의 계좌에 들어 있다고 무조건 아들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돈을 누가 넣어줬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부모가 준 돈이라면 증여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성년 자녀가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을 때 적용되는 증여재산공제는 10년간 5천만 원이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용돈으로 모아준 돈”이라는 말만으로 2억 원 전체가 아무 문제 없이 자기자금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반면 은행 대출 4억 원이 실제 아들 명의의 정상적인 대출이고 그 돈이 주택 취득대금으로 사용됐다면 중요한 자금출처가 된다.
결국 자금출처 소명은 숫자를 더해서 맞추는 작업이 아니다.
그 돈이 어디에서 생겼고, 실제로 어떻게 집값으로 들어갔는지를 설명하는 작업이다.
세무조사 사전통지서
딸에게 온 것은 달랐다.
‘세무조사 사전통지서’였다.
문서 자체부터 분위기가 다르다.
대략 이런 내용이 들어간다.
“귀하가 취득하신 ○○ 부동산과 관련하여 ○○일부터 ○○일까지 세무조사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담당 조사관과 조사기간, 조사대상 세목 등이 기재된다.
이 단계부터는 실제 세무조사다.
조사관이 취득자금의 원천과 금융거래를 직접 확인한다.
계약금은 누가 냈는지,
중도금은 어느 계좌에서 나왔는지,
잔금은 누가 부담했는지,
대출금은 실제로 본인이 받은 것인지,
부모나 다른 가족의 돈이 들어간 것은 없는지를 확인한다.
필요하면 거래 상대방이나 관련 금융거래도 확인한다.
그리고 조사 과정에서 다른 증여혐의나 소득누락 등 새로운 문제가 확인되면 조사범위가 확대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자금출처조사에서 가장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처음에는 집 한 채의 자금출처로 시작했는데, 조사 과정에서 부모와 배우자, 형제자매의 자금거래까지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별도로 자세히 다뤄보겠다.
“80%만 소명하면 된다”는 말의 정확한 의미
자금출처조사를 이야기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있다.
“집값의 80%만 소명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은 취득자금 중 입증되지 않은 금액이
① 취득재산가액의 20% 와 ② 2억 원
중 적은 금액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재산취득자금의 증여추정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취득했다.
10억 원의 20%는 2억 원이다.
따라서 기준금액은 2억 원이다.
30억 원짜리 아파트라면 20%는 6억 원이다.
하지만 2억 원과 비교해 적은 금액을 적용하므로 역시 기준금액은 2억 원이다.
그래서 실무에서 흔히
“10억까지는 80%, 10억이 넘으면 2억 원을 뺀 금액까지 소명한다.”
라고 설명한다.
다만 이것은 이해하기 쉽게 줄여 말한 것이다.
법에서 정확하게 규정한 것은 ‘입증되지 않은 금액이 취득가액의 20%와 2억 원 중 적은 금액에 미달하는지’ 여부다.
그리고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이 기준만 믿으면 안 된다
“그러면 30억짜리 집을 사고 28억 원만 설명하면 나머지 2억 원은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것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이 규정은 재산취득자금의 증여추정 규정을 적용할 때의 기준이다.
실제로 부모가 2억 원을 줬다는 금융거래가 확인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자금의 증여사실이 직접 확인되는 경우까지 무조건 2억 원을 빼준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래서 자금출처조사를 준비할 때는 처음부터
“얼마까지 안 밝혀도 되느냐”
를 계산하는 것보다
“집값 전체를 어떤 자금으로 지급했는지 설명할 수 있느냐”
를 먼저 보는 것이 안전하다.
서면이든 실지조사든 결국 금융흐름이다
자금출처 소명안내와 세무조사는 강도가 다르다.
하지만 결국 확인하려는 것은 같다.
이 사람이 이 재산을 자기 돈으로 취득할 능력이 있었는가.
그리고 이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간다.
단순히 연봉이 얼마인지,
재산이 얼마 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다.
계약금은 어디에서 나왔는지,
중도금은 누가 보냈는지,
대출금은 실제 취득대금으로 사용됐는지,
부모에게 받은 돈은 없는지,
그 돈이 어떤 계좌를 거쳐 최종적으로 매도인에게 지급됐는지를 본다.
결국 자금출처조사는 입증의 싸움이다.
“나는 이 정도 집을 살 능력이 있다.”
이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돈이 실제로 어디에서 나와 어떻게 집값으로 들어갔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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