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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05 · 자금출처조사 블로그

7화. 내가 36년 간 본 가장 많이 번진 자금출처조사

2026.09.21·약 10분

자금출처조사가 번지는 이유

서울청 조사3국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자금출처조사 하나를 배정받았다.

조사대상자가 취득한 재산은 7층짜리 빌딩이었다. 당시 가액으로 약 60억 원이었다.

인적사항과 신고내용을 확인해보니 동대문에서 의류사업을 하는 사업자였다.

사업자가 자금출처조사 대상자로 선정되면 부모 등으로부터 증여받았다는 혐의뿐 아니라, 사업에서 발생한 소득을 제대로 신고했는지도 함께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나는 ‘동대문 의류사업’이라는 점이 조금 걸렸다.

당시에는 컴퓨터 부품을 취급하던 용산이나 의류 도·소매업이 밀집한 동대문을 비롯해 주류, 화장품, 생필품 등의 업종에서 위장·가공 세금계산서나 매출 누락 등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조사는 좀 힘들 수도 있겠구나.’

며칠 뒤 담당 세무사와 중년 남성 한 분이 조사국으로 찾아왔다.

조사대상자인 대표였다.

자리를 권하고 차 한 잔을 건넨 뒤 천천히 물었다.

“그런데 동대문에 있는 상가는 평수가 얼마 안 되나 봐요?”

“아, 네. 아주 조그만 영세업체입니다. 손님도 그다지 많지 않고요.”

“부가가치세 신고하실 때 매출은 제대로 신고하시는 겁니까? 납세조합 같은 데를 이용해서 대략 비슷한 금액으로 신고하시는 것은 아니고요?”

그렇게 물었더니 상당히 당황하는 기색이 보였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맞네.’

동대문 쪽은 세무조사를 몇 번 해본 경험이 있었다.

현장에 가보면 5평에서 10평 남짓한 작은 가게들이 많았다. 겉으로만 보면 정말 영세한 소매업체처럼 보였다.

그런데 뒤를 들여다보면 직접 제조공장을 운영하는 경우도 상당했다.

작은 매장에서 소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의류를 대량으로 제조해 도매로 넘기는 경우도 많았다.

“아니요. 저희는 사실대로 신고합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어차피 저희는 사업 관련 조사가 아니라 취득하신 건물에 대한 자금출처조사니까요.”

그날은 그렇게 돌려보냈다.

그리고 담당 세무사에게 최근 5년간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신고자료를 요청했다.

60억 원짜리 건물을 어떻게 취득했는지에 대한 자금출처 소명자료도 함께 요구했다.

“나머지 10억은 차명계좌에 있던 돈입니다”


일주일쯤 지나 담당 세무사가 관련 자료를 들고 조사국을 방문했다.

“자금출처는 대략 50억 원 정도는 맞춰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더니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나머지 10억 원은 본인 사업에서 현금으로 들어온 매출 중 일부를 차명계좌로 운용했던 자금이라고 솔직하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아, 네. 자료 좀 볼까요?”

자료를 한 장씩 살펴봤다.

그런데 보는 내내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매출 누락은 이것보다 훨씬 클 것 같다. 차명계좌도 더 있을 것 같은데.’

조사를 하다 보면 가끔 그런 경우가 있다.

자료를 하나씩 맞춰가다 보면 탈루가 더 있을 것이라는 강한 느낌이 오는 사건이 있다.

이번 사건이 그랬다.

현금 매출을 누락하고, 이중장부나 차명계좌 등을 이용해 자금을 관리했다고 해보자.

그 돈을 평생 현금으로만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 언젠가는 밖으로 나오게 된다.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금융자산에 투자할 수도 있고, 배우자나 자녀에게 이전할 수도 있다.

결국 어느 시점에서는 재산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자금출처조사가 무서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처음에는 부동산 하나를 어떻게 샀느냐를 확인하기 위해 시작한 조사였지만, 자금의 원천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사업소득이 제대로 신고됐는지까지 연결될 수 있다.

담당 세무사에게는 세무신고자료와 자금출처 소명자료를 요구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조사 진행상황을 보고할 때는 사업 관련 부분까지 조사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낸 상태였다.

그런데 자료를 검토하던 중 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성년인 딸이 아파트를 취득한 사실이었다.

‘이건 또 자금이 어디서 나왔지?’

딸의 아파트 취득자금에 대해서도 소명을 요구하기로 했다.

금융거래도 함께 확인하기 시작했다.

60억 원짜리 빌딩 하나에서 시작된 조사가 조금씩 옆으로 번지고 있었다.

두 달 뒤, 차명계좌 5개가 더 나왔다


약 두 달 동안 조사를 진행했다.

그 후 해당 사업자와 담당 세무사에게 다시 조사국으로 와달라고 했다.

마주 앉아 조사 결과를 하나씩 설명했다.

“우선 소명자료에서 인정하신 매출 누락 10억 원과 차명계좌에 대한 내용은 알고 계실 겁니다.”

두 사람 모두 말없이 듣고 있었다.

“그런데 저희가 두 달 동안 확인해보니 차명계좌가 5개 더 나왔습니다.”

대표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이 계좌들에 들어 있는 자금이 약 50억 원입니다.”

잠시 기다렸다가 다음 자료를 꺼냈다.

“그리고 따님 명의로 취득한 아파트도 확인했습니다. 전 소유자와 매매대금 지급내역까지 금융거래를 확인했습니다.”

대표가 나를 쳐다봤다.

“매매대금 중 약 10억 원이 수표로 지급됐습니다. 그 수표를 역추적해보니 대표님 거래처에서 나온 수표였습니다. 매출장부와도 대조했습니다.”

세무사도 대표도 아무 말이 없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빌딩 취득자금 소명자료에서 본인 자금이라고 하신 20억 원 정도도 확인했습니다. 이 부분에서도 세무신고가 되지 않은 거래처 자금과 수표 등이 확인됐습니다. 대출금과 임대보증금은 자금출처로 인정됐고요.”

그리고 배우자 쪽으로 넘어갔다.

“대표님 계좌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따님뿐 아니라 사모님에게 들어간 자금도 상당히 많이 확인됐습니다. 대부분 금융자산으로 운용하고 계셨습니다.”

그중 증여로 판단되는 금액이 약 30억 원 정도였다.

조사는 이제 처음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어 있었다.

시작은 60억 원짜리 빌딩의 자금출처였다.

그런데 조사가 진행되면서 사업자의 매출 누락과 차명계좌가 나왔고, 딸의 아파트 취득자금이 나왔으며, 배우자에게 이전된 자금까지 확인됐다.

여기에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거래처까지 조사가 번지기 시작했다


|장부와 매입 세금계산서를 대조했는데 서로 맞지 않는 거래가 상당히 많았다.

거래처를 확인해보니 가공 세금계산서로 의심되는 거래들이 나왔다.

반대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고 거래한 것으로 확인되는 곳도 있었다.

대표에게 설명했다.

“매입 세금계산서와 장부가 맞지 않는 거래가 상당히 많습니다. 거래처까지 확인한 결과 가공거래로 판단되는 부분도 있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고 거래한 곳도 확인됐습니다.”

이제 이 문제는 조사대상자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관련 거래자료는 관할 세무서에 통보될 예정입니다. 거래처도 각각 사실관계를 확인하게 될 겁니다.”

여기까지 설명하자 대표는 거의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담당 세무사도 어두운 표정으로 듣고만 있었다.

당시는 지금보다 납세의식도 낮았고 거래를 확인할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인프라도 부족했던 시절이다.

그러다 보니 업계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이어져온 거래들이 많았다.

평소에는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어느 날 하나의 조사가 시작되면 그동안 쌓여 있던 문제가 한꺼번에 드러나는 경우가 있었다.

이 사건이 그랬다.

60억짜리 건물 하나가 가족과 사업 전체로 번졌다


처음에는 60억 원짜리 빌딩 하나였다.

그 건물을 어떻게 샀는지만 설명하면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아무런 준비 없이 건물을 취득하면서 조사가 시작됐다.

건물 취득자금의 출처를 따라가자 신고하지 않은 사업자금이 나왔다.

그 자금을 따라가자 차명계좌가 나왔다.

차명계좌를 확인하자 또 다른 자금이 나왔다.

딸의 아파트 취득자금으로 이어졌고, 배우자에게 이전된 금융자산도 확인됐다.

사업장부를 확인하자 거래처 문제까지 이어졌다.

부동산 하나에서 시작된 자금출처조사가 사업, 배우자, 자녀, 거래처까지 번진 것이다.

최종적으로 증여세, 부가가치세, 소득세 등 관련 세금이 상당한 규모로 추징됐다.

내 기억으로는 전체 추징세액이 약 100억 원에 이르렀던 것으로 기억한다.

관련 거래자료가 거래처 관할 세무서로 통보되면서 거래처들도 각자의 거래 규모와 사실관계에 따라 확인을 받게 됐다.

내가 경험한 자금출처조사 가운데 가장 크게 조사가 번졌던 사건 중 하나였다.

자금출처조사에서 내가 항상 강조하는 네 가지


나는 자금출처조사를 이야기할 때 항상 네 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국세청의 정보력을 알아야 한다.

국세청이 내 소득과 재산에 대해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정보를 언제 인식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국세청이 모든 금융거래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본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부동산 취득, 소득 신고, 금융자료, 세무조사 과정에서 여러 정보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은 알아야 한다.

둘째, 조사가 다른 문제로 확대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

자금출처조사는 특정 부동산의 취득자금에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돈의 출처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사업소득 누락, 과거 증여, 배우자나 자녀에게 이전된 자금 등 다른 문제가 확인될 수 있다.

처음 조사받는 항목만 보고 대응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셋째, 재산을 취득하기 전에 자금출처를 준비해야 한다.

부동산을 먼저 사고 나중에 자금출처를 맞추려고 하면 문제가 생기기 쉽다.

자기자금은 얼마인지,

대출은 얼마인지,

임대보증금은 얼마인지,

부모에게 지원받는 돈은 얼마인지,

가족에게 빌리는 돈이 있다면 실제 상환은 어떻게 할 것인지까지 미리 정리해야 한다.

넷째, 각 단계에서 자금 처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

돈의 출처가 정상적이라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누구의 계좌에서 돈이 나왔는지,

누구의 계좌를 거쳐 갔는지,

실제 매매대금은 누가 지급했는지,

차입금이라면 이자와 원금은 실제로 상환하고 있는지까지 자금 흐름과 증빙이 일치해야 한다.

자금출처조사는 재산을 취득한 뒤에 시작되지만, 대응은 재산을 취득하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

미리 준비하면 상당 부분 대비할 수 있다.

이 사건처럼 60억 원짜리 건물 하나가 사업 전체와 배우자, 자녀, 거래처까지 끌고 들어오는 상황​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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