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언제 알까?
아들이 아버지한테 급하게 사업에 필요하니 3천만 원만 보내달라고 지원 요청을 했다.
아버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리 와봐. 여기 유튜브에 있잖아. 가족 간에 이렇게 막 이체하면 바로 국세청에서 알고 세무조사 나온다고.”
그러면서 차라리 수표로 빼서 줄까 걱정을 한다.
“아니, 그걸 아무리 국세청이라도 어떻게 금방 알아요. 나중에 안다면 모를까.”
“아냐. 금방 안대.”
요즘은 이런 대화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정말 온갖 국세청에 대한 정보들이 넘쳐난다.
맞는 것들도 많지만 좀 오버하거나 아예 틀린 얘기들도 많다.
얼마 전 현직에 있는 후배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유튜브 얘기가 나왔다.
“이렇게 하면 세금 한 푼도 안 내고 증여받는다.”
“증여세를 왜 내세요?”
이런 식으로 지나치게 자극적인 내용을 다루는 영상들이 많다는 얘기였다.
내가 주장하고자 하는 건 정확히 알자는 것이다.
그래야 괜히 쫄지도 않고, 그렇다고 국세청이 모를 거라고 생각하고 법을 어기지도 않는다.
그런데 먼저 하나 구분해야 한다.
국세청이 평상시에 자동으로 수집하는 자료와 세무조사 등이 시작된 후 별도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다르다.
국세청이 모든 국민의 통장과 증권계좌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재산을 취득하고, 소득이 발생하고, 등기를 하고, 이자나 배당을 받고, 보험금을 받는 과정에서 여러 종류의 과세자료가 생성되고 국세청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상속·증여재산 확인이나 세무조사 등 법에서 정한 요건에 해당하면 금융회사에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해서 실제 계좌 흐름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 차이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각 재산별로 국세청이 언제, 어떤 자료를 통해 알게 되는지 살펴보자.
1. 기본사항 : 주민등록사항
이사를 가서 전입신고를 하면 주민등록사항이 변경된다.
현재는 행정기관의 여러 자료가 전산화되어 있기 때문에 세무행정에서도 주소, 가족관계 등 필요한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자료들은 1세대 1주택 여부나 실제 거주 여부, 세대 구성, 특수관계 여부 등을 검토할 때 중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예전처럼 세무서 직원이 필요할 때마다 일일이 주민등록등본을 떼어 확인하던 시대와는 많이 달라졌다.
2. 사망자료
사람이 사망하면 사망신고 등 여러 행정절차를 거치면서 관련 자료가 생성된다.
특히 상속세는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되기 때문에 사망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과세의 출발점이다.
예전에는 전산화가 지금 같지 않아 상속이 발생하고도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야 파악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망신고를 비롯한 여러 행정자료가 전산화되어 있어 과거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따라서 사망신고를 늦추면 국세청이 상속 사실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3. 부동산
부동산은 비교적 명확하다.
매매, 증여, 상속 등으로 부동산의 소유권이 이전되면 등기절차를 거친다.
부동산의 소유권 이전이나 각종 등기·등록에 관한 자료는 과세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더구나 부동산을 취득하면 취득세, 등기, 부동산거래신고 등 여러 행정자료가 함께 발생한다.
따라서 부동산은 다른 재산에 비해 국세청이 취득이나 이전 사실을 파악하기 쉬운 재산이다.
특히 고가 부동산을 취득했는데 그동안 신고된 소득이나 재산으로 취득자금이 설명되지 않는다면 자금출처 검토로 이어질 수 있다.
4. 예금
여기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해한다.
아버지가 오늘 아들 계좌로 3천만 원을 이체했다고 해보자.
그 순간 국세청 직원 컴퓨터에
‘아버지 → 아들 3천만 원 이체’
라고 자동으로 뜨는 것은 아니다.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에 따라 금융거래에는 금융거래정보에 대한 비밀보장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세청이 금융재산에 관한 자료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것도 아니다.
예금에서 이자가 발생하면 금융기관은 이자소득에 대해 원천징수를 하고 이자소득 지급명세서를 국세청에 제출한다.
현재 이자·배당소득 지급명세서는 원칙적으로 지급일이 속하는 연도의 다음 연도 2월 말일까지 제출한다.
따라서 국세청에는 개인별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 자료가 계속 축적된다.
하지만 이것과 계좌이체 내역은 별개의 문제다.
상속·증여재산을 확인하거나 명백한 조세탈루 혐의를 확인하는 등 법에서 정한 요건에 해당하면 국세청은 금융회사에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
그때는
“아버지가 언제 아들에게 얼마를 보냈는지.”
“그 돈이 다시 어디로 갔는지.”
같은 실제 자금의 흐름까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이해하면 된다.
평상시에 모든 계좌이체를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법에서 정한 요건에 해당하면 금융거래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둘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5. 주식
주식도 오해가 많은 부분이다.
예를 들어 오늘 내가 증권계좌에서 삼성전자 주식 100주를 샀다고 해보자.
그 순간 국세청 전산에
‘홍길동, 삼성전자 100주 보유’
라고 자동으로 입력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또 하나 주의할 것이 있다.
상장회사는 주주명부를 작성하고 관리한다.
그리고 결산기 무렵에는 배당이나 주주총회 의결권 등을 확정하기 위해 기준일을 정해 주주를 확정한다.
그렇다고 이때 확정된 상장회사의 전체 주주명부가 다음 해 법인세 신고 때 그대로 국세청에 제출되는 것은 아니다.
법인세 신고와 관련해서는 별도로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라는 자료가 있다.
법인은 주식 등의 변동사항을 이 명세서에 작성해 제출하지만, 상장법인의 일반 소액주주 보유주식은 일정 범위에서 제출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12월 말에 주주명부가 확정되니까 모든 상장주식 투자자의 연말 보유주식 수량을 국세청이 자동으로 안다.’
라고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다만 국세청이 주식에 관한 정보를 알게 되는 경로는 이것 하나뿐이 아니다.
주식에서 배당을 받으면 금융기관 등은 배당소득에 대해 원천징수를 하고 배당소득 지급명세서를 국세청에 제출한다.
따라서 누가 어느 회사로부터 얼마의 배당소득을 받았는지에 관한 자료가 국세청에 들어간다.
상장주식 대주주 등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이 주식을 양도하면 양도소득세 신고자료도 발생한다.
또 증권계좌 사이에서 주식을 이체하는 경우에도 일정한 경우에는 금융투자업자가 관련 자료를 과세관청에 제출하는 제도가 있다.
그리고 세무조사 등 법에서 정한 금융조회 요건이 충족되면 증권회사 역시 금융회사이기 때문에 실제 증권계좌의 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주식도 마찬가지다.
국세청이 모든 국민의 주식거래와 보유주식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무슨 주식을 가지고 있는지 국세청은 모른다.”
라는 단정도 틀린 말이다.
배당, 양도, 주식이체, 법인 신고자료, 금융조회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주식 관련 자료가 국세청과 연결될 수 있다.
어떤 주식인지, 어떤 거래인지, 어떤 과세자료가 발생했는지에 따라 국세청이 알게 되는 시점과 경로가 달라진다.
6. 보험
보험은 별도로 한 편을 써야 할 정도로 세금과 관련된 내용이 많다.
보험료를 누가 냈는지,
보험계약자는 누구인지,
피보험자는 누구인지,
보험금 수익자는 누구인지에 따라 상속세와 증여세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
여기서는 국세청이 보험과 관련한 자료를 알게 되는 문제만 보자.
보험사고가 발생하거나 만기가 되어 보험금을 지급받으면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자료가 발생한다.
특히 상속세나 증여세를 검토하는 과정에서는 보험계약과 보험료 납입자, 보험금 수령자 등이 중요한 확인대상이 된다.
따라서
“보험은 국세청이 모른다.”
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모든 보험계약의 모든 보험료 납입내역을 국세청이 발생 즉시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보험은 계약단계, 보험료 납입단계, 보험금 지급단계에 따라 국세청이 확보하거나 확인할 수 있는 자료의 성격이 다르다고 이해하는 것이 맞다.
7. 기타 재산
이 밖에도 자동차, 선박, 항공기처럼 등기나 등록이 필요한 재산이 있다.
이런 재산은 취득하고 명의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등록자료가 발생한다.
골프회원권이나 콘도회원권 등도 거래나 명의변경 과정에서 관련 자료가 생성될 수 있다.
결국 재산마다 국세청이 알게 되는 방법이 다르다.
부동산처럼 등기·등록자료를 통해 비교적 직접적으로 확인되는 재산이 있고,
이자나 배당처럼 소득이 발생하면서 지급명세서가 들어오는 재산이 있고,
각종 신고자료나 과세자료를 통해 확인되는 재산도 있다.
그리고 평상시에는 국세청이 직접 보고 있지 않은 금융거래라도 법에서 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금융조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아버지가 아들에게 3천만 원을 계좌이체하면 국세청이 바로 알까?
계좌이체하는 그 순간 국세청이 모든 거래를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러면 국세청은 모르겠네.”
라고 생각하면 그것도 틀린다.
그 돈으로 부동산을 사고,
주식을 사고,
이자를 받고,
배당을 받고,
상속이 발생하고,
증여세 신고를 하고,
자금출처조사나 세무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여러 자료가 연결될 수 있다.
그리고 필요한 경우에는 금융거래 자체를 확인할 수도 있다.
내가 주장하고 싶은 건 이것이다.
국세청이 모든 걸 바로 아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국세청이 모를 거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언제, 어떤 자료를 통해 알게 되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괜히 쫄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시하고 법을 어기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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