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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05 · 자금출처조사 블로그

24화. 가족이 단체로 세무조사

2026.09.30·약 6분

가족 네 명에게 동시에 세무조사 통지서가 날아왔다

서울청 조사3국에 있을 때였다.

자금출처조사 하나를 배정받았다.

그런데 취득재산을 보니 부동산이 아니었다.

금융재산이었다.

당시 자금출처조사는 부동산 취득과 관련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금융재산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조금 이례적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파일을 다시 보니 더 특이한 게 있었다.

조사대상자가 한 명이 아니었다.

남편.

아내.

큰아들.

작은아들.

가족 네 명이 모두 자금출처조사 대상자였다.

조사3국에서 가족 네 명을 한꺼번에 조사하다

당시는 국세통합전산시스템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재산과 소득자료를 활용한 자금출처 분석도 점점 정교해지던 시기였다.

조사3국에서 다루는 자금출처조사는 금액이 큰 경우가 많았다.

조사착수보고를 하고 세무조사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얼마 후 중년의 부부가 함께 조사국으로 찾아왔다.

두 사람의 표정에는 긴장한 기색과 함께 억울하다는 느낌도 섞여 있었다.

인사를 하고 조사 관련 파일을 펼쳤다.

부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 남편은 밖에서 사업하고 집에 있는 사람이 살림하면서 알뜰하게 모아 투자도 하고 저축도 하는 게 뭐가 잘못된 거죠?”

이 말을 듣고 보니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 기준으로만 보면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당시에는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지 오래되지 않았고, 가족의 금융재산을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방식으로 관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남편이 밖에서 사업을 해 돈을 벌어오면 아내가 집안의 금융재산을 관리했다.

은행에 좋은 상품이 나오면 옮겼다.

증권사에 좋은 상품이 나오면 또 옮겼다.

공모주 청약이 있으면 가족 명의 계좌를 활용하기도 했다.

투자수익이 좋으면 남편, 아내, 큰아들, 작은아들 명의까지 모두 동원했다.

그 가족도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그게 20년 넘게 이어졌다.

처음에는 이렇게 시작했다

가족의 금융자산을 하나씩 확인해봤다.

처음에는 대략 이런 구조였다.

남편 명의 증권계좌 15억 원.

아내 명의 우리은행 계좌 10억 원.

큰아들 명의 하나은행 계좌 5억 원.

작은아들 명의 신한은행 계좌 5억 원.

여기까지만 보면 각각 자기 명의의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편 명의로 가지고 있던 채권이 만기가 됐다.

그 돈을 아내 명의 우리은행 계좌로 옮겼다.

그러자 아내 명의 금융자산이 25억 원이 됐다.

얼마 후 다른 은행에서 좋은 금융상품이 나왔다.

이번에는 두 아들 명의로 각각 5억 원씩 옮겼다.

큰아들은 하나은행 5억 원에 국민은행 5억 원.

작은아들은 신한은행 5억 원에 국민은행 5억 원.

또 시간이 흘렀다.

두 아들 명의의 금융상품이 만기가 됐다.

이번에는 그 돈을 다시 남편 명의 증권계좌로 모았다.

가족 네 사람의 돈이 계속 서로의 명의를 오가고 있었다.

20년 동안 그렇게 돈을 굴렸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구조가 아니었다.

이 가족은 20년 넘게 이런 방식으로 금융재산을 관리해왔다.

남편 돈이 아내에게 갔다.

아내 명의의 돈이 두 아들에게 갔다.

아들 명의로 운용되던 돈이 다시 남편에게 돌아왔다.

금융상품이 만기가 될 때마다 돈이 움직였고 좋은 상품이 나오면 다시 다른 가족 명의로 들어갔다.

그렇게 운영한 금융자산이 어느덧 40억 원 정도로 불어나 있었다.

부인은 말했다.

“우리는 그냥 가족 돈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마 그 말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그때까지 이 가족에게는

‘남편 돈’

‘아내 돈’

‘큰아들 돈’

‘작은아들 돈’

이라는 구분보다

‘우리 집 돈’

이라는 생각이 훨씬 강했던 것 같다.

나도 그들이 왜 그렇게 했는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문제는 세법이었다.

“아니, 온 식구한테 이런 걸 다 보내면 어떻게 해요?”

금융실명제는 1993년 전면 도입됐다.

그리고 세법과 금융제도, 과세자료 관리체계도 계속 바뀌었다.

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가족 명의를 섞어 관리하던 금융재산이 시간이 지나면서 전혀 다른 세금 문제를 만들기 시작했다.

가족 사이에 돈이 움직이면 그 돈이 누구의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남편 돈이 아내 명의로 들어갔다면 왜 들어갔는지,

부모 돈이 자녀 명의로 들어갔다면 증여인지 단순한 명의관리인지,

다시 부모에게 돌아왔다면 그 돈의 실질적인 소유자는 누구였는지,

20년 동안의 거래를 하나씩 확인해야 했다.

부인은 계속 억울해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온 식구한테 이런 걸 다 보내면 어떻게 해요?”

그럴 만도 했다.

세무조사 사전통지서가 네 장이나 나왔으니까.

남편 한 장.

아내 한 장.

큰아들 한 장.

작은아들 한 장.

한 집에 사는 가족 네 명이 동시에 자금출처조사 대상자가 된 것이다.

조사관 입장에서는 네 사람이었다

가족 입장에서는 40억 원이 모두 ‘우리 집 돈’이었다.

하지만 조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달랐다.

명의자가 네 명이면 일단 네 사람의 소득과 재산을 각각 봐야 한다.

큰아들 명의의 10억 원은 어디서 생겼는가.

작은아들 명의의 10억 원은 어디서 생겼는가.

아내 명의의 15억 원은 어떻게 형성됐는가.

남편에게 다시 돌아간 20억 원은 원래 누구의 돈이었는가.

돈이 이동할 때마다 질문이 하나씩 생겼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려면 다시 이전 거래를 봐야 했다.

한 계좌를 확인하면 다른 가족의 계좌가 연결됐다.

그 계좌를 확인하면 또 다른 금융상품이 나왔다.

그 금융상품의 만기를 따라가면 다시 다른 가족의 계좌가 나왔다.

40억 원의 돈이 20년 동안 네 사람 사이를 돌고 있었다.

자금출처조사라는 것이 왜 무서운지를 이 사건에서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현재 계좌에 얼마가 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 돈이 처음 어디에서 생겼고, 누구를 거쳐서 지금 여기까지 왔는지를 따라가는 일이었다.

“우리는 그냥 가족 돈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담을 마치면서도 부인은 계속 같은 말을 했다.

“우리는 그냥 가족 돈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가족 입장에서는 정말 그랬을 것이다.

남편이 벌어온 돈을 아내가 관리하고,

아내가 좋은 금융상품을 찾아 투자하고,

필요하면 자녀 명의도 사용하고,

만기가 되면 다시 한곳으로 모았다.

그들에게는 모두 같은 집안의 돈이었다.

그런데 세법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가족 네 사람은 각각 별개의 사람이다.

그리고 돈에도 각자의 주인이 있다.

그 차이를 20년 동안 생각하지 않고 살다가 어느 날 한꺼번에 확인하게 된 것이다.

그날 조사국에 찾아왔던 부부의 표정을 아직도 기억한다.

억울함도 있었고,

당황스러움도 있었고,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막함도 있었다.

그리고 책상 위에는

가족 네 사람의 세무조사 사전통지서 네 장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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