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금출처조사도 받아보고 상속세 조사도 받아봤는데, 결과는 항상 증여세가 나오더라고요. 그럴 거면 그냥 증여세 조사라고 하지 왜 다른 이름을 쓰나요?”
농담처럼 한 말이었지만, 사실 아주 중요한 포인트를 짚은 것이다.
상속세, 증여세, 자금출처조사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과 각각 별개의 세금으로 보는 것은 실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
자금출처조사에서 시작된 증여세
아버지에게 아들과 딸이 있었다.
아버지는 두 자녀가 결혼할 때 집 한 채씩 마련할 수 있도록 돈을 지원했다.
그런데 자녀들이 주택을 취득한 뒤 자금출처조사를 받게 됐다.
조사 결과 아버지가 아들과 딸에게 각각 5억 원씩 증여한 사실이 확인됐고, 이에 대한 증여세가 추징됐다.
여기서 끝난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아버지는 두 자녀에게 현금 3억 원씩을 추가로 증여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지난번과 달랐다.
정식으로 증여세 신고를 하고 세금도 납부했다.
그런데 나중에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왜 그랬을까?
과거 자금출처조사에서 확인된 5억 원의 증여를 합산하지 않고, 이번에 증여한 3억 원만 가지고 증여세를 계산했기 때문이다.
동일인으로부터 일정 기간 내에 받은 증여재산은 증여세 계산 시 합산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과거 자금출처조사에서 적발돼 증여세를 냈다고 해서 그 증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후 다시 증여받으면 과거 증여재산과 합산해 증여세를 계산해야 할 수 있다.
결국 아들과 딸은 과거 5억 원과 추가 증여 3억 원을 합산해 증여세를 다시 계산했고, 그 차액만큼 증여세를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또 등장한 과거의 증여
그로부터 3년 정도 지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이번에는 상속세 문제가 생겼다.
상속세를 계산하면서 과거의 증여가 또 등장했다.
처음 자금출처조사에서 확인됐던 5억 원.
그리고 나중에 정식으로 신고했던 3억 원.
상속개시 전 일정 기간 내에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은 상속세를 계산할 때 사전증여재산으로 다시 합산될 수 있다.
결국 과거에 이루어진 증여가 상속세 계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쯤 되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왜 이렇게 증여세가 계속 따라다니는 거지?”
그런데 바로 이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 자금출처조사의 결과가 계속 이어진다
처음 자금출처조사를 받았을 때 확인된 증여는 그 조사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기록은 이후 증여세 계산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일정 기간 안에 상속이 발생하면 상속세 계산에도 다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자금출처조사, 증여세, 상속세를 각각 별개의 사건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하나의 자금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로 다른 세금과 연결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자녀의 주택 취득에 대한 자금출처조사로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의 지원금이 확인되면서 증여세가 부과됐다.
이후 추가 증여가 이루어지면서 과거 증여와 합산해 다시 증여세를 계산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사망하자 일정 기간 내의 증여재산이 다시 상속세 계산에 영향을 미쳤다.
조사의 이름과 세목은 달라졌지만 하나의 자금 흐름이 계속 연결된 것이다.
왜 증여세는 다른 조사에서 자주 발견될까?
상속세 조사를 하다 보면 피상속인이 생전에 자녀나 손주 등에게 이전한 자금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계좌이체가 나올 수도 있고,
부동산 취득자금을 대신 지급한 사실이 확인될 수도 있고,
수표나 현금이 가족에게 흘러간 사실이 드러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증여에 해당하는 거래가 확인되면 증여세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내가 상속세 조사에 대해 설명할 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상속세 세무조사라고 쓰고, 증여세 세무조사라고 읽는다.”
자금출처조사도 비슷하다.
부동산 등 재산을 취득했는데 본인의 소득이나 재산만으로 그 자금을 설명하지 못하면 돈의 출처를 확인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부모나 다른 가족이 취득자금을 지원한 사실이 확인되면 결국 증여세 문제가 된다.
물론 자금출처조사의 결과가 언제나 증여세인 것은 아니다.
사업소득 누락이나 법인자금 유출 등 다른 세금 문제가 함께 확인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가족 간 자금지원이 확인되는 자금출처조사에서는 증여세가 중요한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증여세만 따로 보면 안 되는 이유
증여는 사전에 계획해서 실행하는 경우가 많다.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줄 것인지 결정하고, 증여세를 계산한 뒤 신고·납부까지 마치기도 한다.
그렇다고 증여세 신고가 끝났으니 모든 문제가 끝났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그 증여가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추가 증여가 이루어지면 과거 증여재산과 합산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상속이 발생하면 사전증여재산으로 상속세에 합산되는지도 봐야 한다.
부동산이나 주식을 증여했다면 이후 그 재산을 처분할 때 양도소득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결국 증여를 제대로 검토하려면 증여하는 순간의 증여세만 계산해서는 부족하다.
현재의 증여부터 향후 추가 증여, 상속, 재산 처분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봐야 한다.
상속세·증여세·자금출처조사는 연결되어 있다
자금출처조사, 증여세, 상속세는 각각 다른 제도다.
그러나 실제 가족 간 재산이전에서는 서로 계속 연결된다.
자금출처조사를 하다가 과거의 증여가 발견될 수 있다.
추가 증여를 하면 과거의 증여가 다시 증여세 계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상속이 발생하면 일정 기간 내의 증여가 다시 상속세 계산에 들어올 수 있다.
그래서 상속·증여 컨설팅에서는 지금 당장 세금이 얼마인지만 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현재의 증여가 앞으로 추가 증여와 상속, 나아가 재산을 처분할 때의 세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한 흐름으로 봐야 한다.
내가 상속·증여와 자금출처를 항상 함께 이야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금출처조사 따로, 증여세 따로, 상속세 따로 보지 말아야 한다.
이 셋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연결의 중심에는 대부분 증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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