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과 증여
세무서에서 근무할 때 ‘이혼위자료 과세자료전’이라는 자료를 처리하곤 했다.
쉽게 말하면 이혼할 때 재산이 움직이면 세금 문제가 따라다닐 수 있다는 의미다.
이때 보통 아내 쪽에서 상담을 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글에서는 이혼과 관련해서 재산이 움직일 때 어떤 세금 문제가 발생하는지 정리해보기로 한다.
이혼할 때 위자료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위자료를 현금으로 주느냐, 부동산이나 다른 자산으로 주느냐에 따라 세금 문제가 달라진다.
또 나한테 오는 손님이 위자료를 받는 쪽이냐, 주는 쪽이냐에 따라 상담 내용과 결과도 달라진다.
1. 현금으로 위자료를 주는 경우
현금으로 위자료를 주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증여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상대방에게 재산을 무상으로 증여하는 것이 아니라 이혼에 따른 정신적 손해 등에 대한 배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언제 돈을 줬느냐보다 왜 돈을 줬느냐다.
이혼이 확정되기 전에 지급했든, 이혼이 확정된 후에 지급했든 실제로 이혼에 따른 위자료로 지급한 것이 확인된다면 일반적인 증여와는 다르다.
따라서 이혼합의서나 판결문, 위자료 지급약정 등으로 위자료 지급 사실을 명확하게 해두는 것이 좋다.
그런데 이혼이 모두 끝난 후 전 배우자가 어렵게 사는 것을 보고 안쓰러운 마음에 추가로 현금을 지급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이미 법적으로는 남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돈이 이혼에 따른 위자료가 아니라 단순히 무상으로 준 돈이라면 증여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현금이 움직였다는 사실보다 그 돈의 성격이 무엇이냐가 중요하다.
2. 부동산으로 위자료를 지급한 경우
세무서에 있을 때 이혼 위자료 관련 자료를 보면 부동산으로 지급한 경우가 많이 나왔었다.
이때는 주는 쪽과 받는 쪽의 상황이 좀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예를 들어야 이해가 쉽다.
남편에게 부동산 두 채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하나는 2010년에 2억 원에 취득한 현재 8억 원짜리 상가다.
다른 하나는 2022년에 6억 원에 취득한 현재 8억 원짜리 주택이다.
이혼하면서 남편이 아내에게 8억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현금 대신 부동산으로 위자료를 준다면 어떨까?
현재 시가는 둘 다 8억 원이다.
그러면 상가를 주든 주택을 주든 똑같을까?
아니다.
부동산으로 이혼 위자료를 지급하는 경우에는 그 부동산으로 위자료 지급의무를 갚은 것으로 본다.
쉽게 말하면 대물변제다.
따라서 부동산을 주는 남편 입장에서는 양도에 해당할 수 있고, 양도소득세 문제가 발생한다.
여기서 남편 입장에서는 어떤 부동산으로 위자료를 주느냐가 중요해진다.
상가는 2억 원에 취득해서 현재 8억 원이 됐다.
반면 주택은 6억 원에 취득해서 현재 8억 원이다.
다른 조건이 모두 같다고 가정하면 상가보다 주택의 양도차익이 작다.
더구나 그 주택이 1세대 1주택 비과세 요건까지 갖추고 있다면 세금 차이는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세금 측면만 고려한다면 남편은 양도소득세 부담이 적은 부동산으로 위자료를 지급하는 것이 유리하다.
물론 실제로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해당 주택의 1세대 1주택 비과세 여부, 보유기간, 거주기간, 다른 주택 보유 여부 등을 모두 따져봐야 한다.
3. 재산분할로 부동산을 이전하는 경우
그런데 이혼하면서 부동산이 넘어가는 경우가 모두 위자료는 아니다.
재산분할이라는 것이 있다.
혼인 중 부부가 협력해서 형성한 공동재산을 이혼하면서 나누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세금 구조가 완전히 달라진다.
위자료 지급의무를 부동산으로 갚는 것은 대물변제로 보기 때문에 양도소득세 문제가 생기지만,
실질적인 재산분할에 따라 부동산을 이전하는 것은 혼인 중 형성한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부동산을 넘겨주는 배우자에게 양도소득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받는 배우자에게도 일반적인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하는 구조가 아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무조건 재산분할로 받는 게 좋은 것 아닌가?’
그런데 받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아내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보자.
상가도 현재 8억 원.
주택도 현재 8억 원.
현재 가격만 보면 똑같다.
그런데 나중에 이 부동산을 팔 때 문제가 생긴다.
재산분할로 받은 부동산은 상대방이 당초 취득했던 시기를 이어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남편이 2010년에 2억 원에 취득한 상가를 아내가 재산분할로 받았다고 해보자.
아내가 이 상가를 받은 뒤 나중에 10억 원에 판다면 남편이 과거 취득한 시점부터의 가격 상승분이 양도소득세 계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반면 남편이 2022년에 6억 원에 취득한 주택을 재산분할로 받았다면 상대적으로 과거부터 누적된 양도차익은 작을 수 있다.
물론 실제 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때는 취득가액과 필요경비, 보유기간, 비과세 여부 등 여러 가지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현재 둘 다 8억 원이라고 해서 나중의 세금까지 같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위자료로 받는 경우다.
부동산을 위자료에 갈음해서 받는 경우에는 재산분할과 달리 원칙적으로 소유권이전 시점에 새로 취득한 것으로 본다.
그러면 향후 그 부동산을 양도할 때 취득시점과 취득가액의 기준이 재산분할로 받은 경우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같은 8억 원짜리 부동산이라도
위자료로 받느냐, 재산분할로 받느냐에 따라 나중에 내야 할 양도소득세까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주는 사람 입장과 받는 사람 입장을 따로 봐야 한다.
남편은 지금 당장 부동산을 넘기면서 발생할 세금을 봐야 하고,
아내는 지금 받는 재산의 가격뿐 아니라 나중에 그 재산을 팔 때 발생할 세금까지 봐야 한다.
똑같은 8억 원짜리 부동산이라도 누구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유리한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한다.
세금을 줄이기 위해 위자료를 단순히 재산분할이라는 이름으로 바꾼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재산분할은 실제로 혼인 중 부부가 협력해서 형성한 재산을 이혼하면서 청산·분배하는 것이어야 한다.
결국 이혼하면서 재산을 나눌 때는 단순히
“얼마를 받을 것인가?”
만 볼 일이 아니다.
현금으로 받을 것인가?
부동산으로 받을 것인가?
위자료인가?
재산분할인가?
주는 사람의 세금은 얼마인가?
받은 사람이 나중에 팔 때 세금은 얼마인가?
까지 같이 봐야 한다.
같은 8억 원짜리 재산을 주고받아도 결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이혼할 때 이리 세금이 복잡하니,
이혼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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