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나 부모·자식 간에 집을 팔면 증여라고요?
상담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고객이 서류를 탁 내밀었다.
“저 아들한테 집 팔았어요. 계약서도 있는데 왜 증여세 내라고 통지가 왔을까요?”
나는 잠깐 웃으면서 물었다.
“얼마에 파셨어요?”
“시세보다 좀 싸게요. 가족인데 조금 깎아줬죠.”
“매매대금은 받으셨어요?”
잠깐 머뭇거리더니 대답했다.
“그건… 계약서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렇지 않다.
배우자나 부모·자식 간의 부동산 매매는 일반적인 제3자 간 거래와는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
부모가 아들에게 집을 팔면 일단 증여로 추정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는 아예 별도의 규정이 있다.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에게 재산을 양도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재산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추정’이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집을 사고팔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실제 매매라면 매매로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가족 간 거래인 만큼 실제 매매였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가족 간 부동산 거래를 볼 때 크게 세 가지를 확인한다.
첫째, 거래가액이 시가와 맞는가
아버지가 시가 20억 원인 아파트를 아들에게 20억 원에 팔았다.
실제 20억 원을 받았고 아들도 자기 돈으로 대금을 지급했다.
그렇다면 정상적인 매매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데 아버지가 말한다.
“가족인데 조금 싸게 줬습니다.”
여기서부터 다른 문제가 생긴다.
가족 간 거래라고 해서 반드시 시가와 똑같은 금액으로 거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가보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거래하면 저가양수에 따른 증여세 문제가 별도로 발생할 수 있다.
특수관계인 간 저가양수의 경우 현행 세법에서는 시가와 대가의 차이가 일정 기준 이상이면 그 차액 중 일정 금액을 증여재산가액으로 본다.
현재 기준금액은 시가의 30%와 3억 원 중 적은 금액이다.
예를 들어 시가가 20억 원이라면 30%는 6억 원이다.
3억 원이 더 적으므로 기준금액은 3억 원이 된다.
따라서 가족이라고 가격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증여세만 볼 것도 아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특수관계인에게 시가보다 낮게 양도한 데 따른 양도소득세 문제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둘째, 계약서대로 실제 돈을 주고받았는가
가족 간 매매에서 더 중요한 것이 이것이다.
실제로 돈이 오갔는가.
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
취득세도 냈다.
등기도 아들 앞으로 넘겼다.
그런데 아들이 아버지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면 계약서에 ‘매매’라고 적었다는 것만으로 실제 매매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실제 대금이 지급됐다면 그 흐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계약금은 언제 지급했는지,
중도금과 잔금은 어떻게 지급했는지,
어느 계좌에서 어느 계좌로 이동했는지,
아버지가 받은 돈을 다시 아들에게 돌려준 것은 없는지 등을 함께 보게 된다.
가족 간 거래에서는 계약서보다 실제 자금흐름이 훨씬 중요하다.
셋째, 아들은 그 돈을 어디에서 마련했는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들이 20억 원을 아버지에게 실제로 송금했다고 하자.
그러면 다음 질문이 나온다.
“아들은 그 20억 원을 어디에서 마련했습니까?”
본인이 오랫동안 벌어 모은 돈인지,
기존 부동산을 처분한 돈인지,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돈인지,
부모에게 증여받은 돈인지,
부모에게 빌린 돈인지 확인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아들이 아버지에게 집값 20억 원을 송금했는데 그 직전에 아버지가 아들에게 15억 원을 보내줬다면 어떨까.
통장에는 20억 원의 매매대금이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자금의 원천까지 확인하면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그래서 가족 간 부동산 거래에서는 매수자의 자금출처까지 같이 봐야 한다.
“그럼 다른 사람을 한번 거치면 되지 않나요?”
상담하던 고객이 다시 물었다.
“그러면 제3자에게 한번 팔고 그 사람이 다시 아들에게 팔면 되는 것 아닌가요?”
이것도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다만 여기서는 정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부모가 특수관계인에게 재산을 양도하고, 그 사람이 양수일부터 3년 이내에 다시 부모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에게 재산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세법상 다시 증여추정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중간에 사람 한 명을 끼웠다고 무조건 가족 간 거래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법에서는 일정한 경우 증여추정을 적용하지 않는 예외도 두고 있으므로 실제 거래구조와 세액을 따져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사람 하나를 중간에 끼우는 방법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가족끼리니까 더 정확하게 해야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집을 파는 것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니다.
배우자끼리도 마찬가지다.
실제 매매라면 매매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가족 간 거래라는 이유로
“계약서만 하나 써놓으면 되겠지.”
“돈은 나중에 천천히 주면 되겠지.”
“시세보다 좀 싸게 해도 가족인데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가족 간 부동산 거래에서는 최소한 세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첫째, 거래가격이 적정한가.
둘째, 매매대금이 실제로 지급됐는가.
셋째, 매수자는 그 돈을 어디에서 마련했는가.
계약서 한 장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내가 36년+ 동안 가족 간 거래를 보면서 가장 많이 확인했던 것도 결국 이것이다.
세법은 계약서에 적힌 이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돈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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