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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04 · 증여세 블로그

13화. 민법상 증여와 세법상 증여의 차이

2026.09.29·약 6분

요즘 유튜브에서 이런 말을 자주 접한다.

“부모님께 돈 빌릴 때 차용증 안 쓰면 증여세 폭탄 맞는다.”

정말 그럴까?

그래서 오늘은 이 예를 가지고 민법상 증여와 세법상 증여의 차이를 정리해본다.

용어가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부담 가질 필요는 없다.

앞으로 나올 사례들을 통해 반복적으로 보게 될 테니 자연스럽게 감이 잡힐 것이다.

이건 ‘외우는 공부’를 하자는 게 아니다.

1. 원래 증여의 개념

증여는 본래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의사가 일치해야 성립한다.

민법 제554조에서는 증여를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게 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효력이 생기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쌍방의 의사가 일치해야 하는 계약이다.

그런데 세법에서 증여를 보는 관점은 조금 다르다.

과거에는 세법상 증여 개념도 민법상 증여 개념을 토대로 출발했다.

그러다 보니 현실에서는 형식상 민법의 증여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재산이나 이익이 무상으로 이전되는 다양한 거래가 나타났다.

세금은 법적 근거 없이 마음대로 매길 수 없다.

이를 조세법률주의라고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형식은 증여가 아닌데 실질적으로는 경제적 이익이 무상으로 이전되는 경우’가 계속 나타났다.

그래서 이런 거래를 과세하기 위한 규정들이 하나씩 만들어졌다.

그게 바로 증여의제 규정이다.


2. 증여의제 및 추정

예를 들어보자.

아버지에게 거액의 돈을 무이자로 빌렸다.

원금은 나중에 갚는다고 하니 민법상 원금 자체를 증여받았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은행에서 빌렸다면 이자를 내야 하는데 아버지에게 빌리면서 이자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이자만큼의 경제적 이익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세법에서는 금전을 무상 또는 낮은 이율로 대출받아 얻은 이익을 증여재산가액으로 계산하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런 식으로 규정들이 하나씩 만들어졌다.

결국 머리 좋은 사람들은 법의 빈틈을 이용해 빠져나가고, 뒤따라 하던 사람들만 걸리는 경우도 생겼다.

늘 그렇듯 법은 현실보다 한 발 늦게 움직인다.

그래서 국가는 아예 세법상 증여의 개념 자체를 넓게 정의하기 시작했다.

이전처럼 개별적인 유형을 하나하나 열거해서 과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경제적 이익의 무상이전 자체를 포괄적으로 과세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이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상속·증여 완전포괄주의’다.

3. 완전포괄주의는 무엇인가

쉽게 비교하면 이렇다.

옛날에는

민법상 증여 + 법에서 정한 증여의제, 추정 → 증여세 과세

라는 구조에 가까웠다.

지금은 세법이 증여의 개념을 직접 넓게 규정하고 있다.

거래의 이름이나 형식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재산이나 경제적 이익이 무상으로 이전됐는지를 본다.

즉,

“계약서 제목이 무엇이냐?”

보다

“실제로 누가 경제적인 이익을 얻었느냐?”

를 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민법상 증여계약이 아니라고 해서 반드시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돈이 부모에게서 자녀에게 넘어갔다고 해서 무조건 원금 전체가 증여가 되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민법상 증여와 세법상 증여의 차이가 나타난다.

4. 차용증 없이 아버지에게 5억 원을 빌렸다면?

실제 사례로 생각해보자.

아버지에게 전세보증금으로 사용할 5억 원을 빌렸다.

그런데 차용증을 쓰지 않았다.

세무조사를 받는데 조사관이 묻는다.

“아버지에게 받은 5억 원, 차용증 썼습니까?”

“부모 사이에 그런 거 안 씁니다.”

“이자는 지급하셨습니까?”

“아니요.”

이렇게 답했다고 하자.

조사관 입장에서는 당연히 의심할 수 있다.

차용증도 없다.

이자 지급도 없다.

실제 원금 상환도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이게 정말 빌린 돈이 맞나? 사실상 아버지가 아들에게 그냥 준 돈 아닌가?’

그렇다고 차용증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곧바로 원금 5억 원 전체가 증여라고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아버지가 잠시 빌려준 돈이고, 자녀에게 변제의무가 있으며 실제로 갚기로 한 자금이라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입증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원금 자체를 증여한 것이 아니라 금전대차였다는 주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대여로 인정되더라도 끝난 것은 아니다.

무이자로 빌렸거나 세법에서 정한 적정이자율보다 낮은 이율로 빌렸다면,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그 이자 상당의 경제적 이익에 대해서는 별도의 증여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즉,

원금의 증여 문제와 무상·저리대출에 따른 이익의 증여 문제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5. 그런데 왜 세무사들은 차용증을 쓰라고 할까?

그럼에도 실제 컨설팅을 할 때 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차용증 쓰세요.”

“이자 지급 기록도 남기세요.”

“가능하면 확정일자도 받아두세요.”

왜 그럴까?

차용증 한 장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차용으로 인정되는 것도 아니고, 차용증이 없다고 해서 무조건 증여가 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실제로 빌린 돈이 맞느냐다.

하지만 나중에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그때 아버지가 빌려준 돈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과,

돈을 빌릴 당시 작성한 차용증이 있고,

약정한 이자를 실제 지급했고,

원금도 약정대로 상환하고 있고,

그 금융거래 내역까지 남아 있는 것은 전혀 다르다.

차용증을 작성하라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실제 금전대차였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자료를 미리 만들어두는 것이다.

6. 국세청이 무조건 증여세를 매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핵심은 따로 있다.

세무조사를 대비해서 차용증도 쓰고, 이자도 지급하고, 증빙도 제대로 갖춰놓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차용증이 없으면 무조건 증여다.”

이런 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돈을 빌렸는지,

갚을 의무가 있었는지,

실제로 상환했거나 상환하고 있는지,

이자는 어떻게 약정하고 지급했는지,

당사자의 자금능력과 전체 거래 경위는 어떠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실제 금전대차로 인정된다면 원금 전체를 증여받았다고 볼 문제와 무상·저리대출에 따른 이익을 증여받았다고 볼 문제는 구분해야 한다.

그래서 준비는 철저하게 하되, 그 속에 숨은 의미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세금 통지를 받아도

“아, 그런가 보다.”

하고 겁부터 먹는 것이 아니라,

‘이게 정말 맞는 과세인가?’

를 판단할 수 있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제 묻고 싶다.

“차용증 없이 부모에게 돈을 빌리면 무조건 증여세가 나온다.”

이 말에 온전히 동의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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