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SEASON 04 · 증여세 블로그

11화. 증여한 아버지 증여세 조사

2026.09.28·약 9분

증여한 아버지에게 증여세 조사가 나왔다

세무법인에 고객이 와 있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사무실로 갔다.

중년의 남자 고객이 서류 한 장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를 하고 서류를 받아보니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증여세 세무조사 사전통지서’

조금 특이했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증여세 문제는 자금출처조사 과정에서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건은 증여자인 아버지에게 직접 증여세 조사가 나온 경우였다.

나는 서류를 내려놓고 고객에게 물었다.

“무슨 일을 하십니까?”

“동대문에서 젊어서부터 40년 넘게 의류 도소매업을 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거, 증여세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겠는데.’

자녀들에게 현금 20억 원을 증여했다

고객은 동대문에서 오랫동안 의류 도소매업을 하면서 돈을 벌었다.

건물도 사고 재산도 제법 모았다.

그러다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증여는 미리 해놓는 게 좋다.”

그래서 자녀들에게 현금을 증여했다.

아들에게 10억 원.

딸에게 10억 원.

총 20억 원이었다.

증여세도 신고했다.

세금까지 정상적으로 냈으니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에게 증여세 세무조사 사전통지서가 날아온 것이다.

고객은 누군가 국세청에 투서를 넣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경쟁업체 중에 심증이 가는 사람까지 있었다.

“분명히 누가 찌른 것 같습니다.”

상당히 흥분해 있었다.

나는 일단 그 문제는 나중에 확인하기로 하고 조사대행 절차를 설명한 뒤 자료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신경이 쓰였다.

문제는 자녀들이 증여세를 제대로 냈느냐가 아니었다.

내가 궁금했던 것은 따로 있었다.

아버지가 증여한 그 20억 원은 어디에서 나온 돈인가?

내가 아버지에게 물어본 다섯 가지

나는 고객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첫째,

“동대문 의류업 매출은 어떤 식으로 신고해오셨습니까?”

둘째,

“세무서에 신고한 사업용 계좌 외에 다른 계좌를 사용하고 있습니까?”

셋째,

“거래처끼리 매입자료를 서로 편의에 따라 주고받거나 세금계산서를 실제 거래와 다르게 처리한 것은 없습니까?”

넷째,

“건물을 살 때 자금출처에 대해 세무서에서 소명 요구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

다섯째,

“자녀들에게 증여한 20억 원은 어느 계좌에서 나갔습니까?”

고객은 아마 처음에는 의아했을 것이다.

증여세 조사를 받으러 왔는데 왜 사업 이야기를 하고, 매출 이야기를 하고, 건물을 산 돈까지 묻느냐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내가 걱정했던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증여세 조사로 시작해서 아버지의 사업 문제까지 번지는 것.

상담을 마친 뒤 나는 고객에게 말했다.

“이 건은 단순히 자녀들에게 20억 원을 증여한 문제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객이 나를 쳐다봤다.

“왜 그렇습니까?”

“조사 과정에서 그 20억 원의 출처를 확인할 겁니다. 그런데 그 돈의 출처가 신고된 사업소득으로 설명되지 않으면 아버님 사업 쪽까지 보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마디를 더했다.

“사업 관련 세목으로 조사범위가 확대될 가능성까지 생각해서 준비하셔야 합니다.”

고객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혹시 내가 겁을 주는 것 아니냐는 표정이었다.

그는 “알겠다”고 하고 돌아갔다.

며칠 뒤 다시 찾아왔다

며칠 뒤 고객이 다시 사무실로 왔다.

표정이 달라져 있었다.

세무서에서 사업과 관련된 자료까지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제 핵심은 자녀들의 증여세가 아니었다.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준 20억 원을 어떻게 만들었느냐가 문제가 된 것이다.

나는 처음 상담할 때 던졌던 질문들을 하나씩 다시 확인했다.

첫째, 신고소득으로 그 재산을 만들 수 있었는가

고객은 동대문에서 40년 넘게 의류업을 했다.

그런데 세무서에 신고된 소득과 실제 보유재산을 비교해보면 설명이 잘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내가 조사업무를 하던 시절 동대문 같은 대형 의류시장을 조사하다 보면 현금거래와 무자료거래 문제를 자주 접했다.

상가나 조합에서 세무처리를 알아서 해줬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조합에서 처리해줬습니다.”

조사를 나가면 이런 이야기가 종종 나왔다.

그러나 세금은 결국 개별 사업자의 문제다.

다른 사람이 신고를 도와줬다는 것이 매출누락에 대한 설명이 될 수는 없다.

둘째, 신고하지 않은 계좌가 있는가

다음으로 본 것이 계좌였다.

사업용으로 신고한 계좌만 사용했다면 비교적 단순하다.

그런데 사업을 오래 한 사람들에게는 다른 계좌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가족 명의 계좌가 나오기도 하고, 사업용으로 사용했지만 세무신고 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계좌가 나오기도 한다.

이 고객에게도 그런 계좌가 있었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문제가 커졌다.

셋째, 무자료거래나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는 없었는가

당시 동대문 의류시장에는 현금거래가 상당히 많았다.

해외에서 온 보따리상들이 현금을 들고 와 물건을 사가는 경우도 있었다.

매출은 발생했는데 세금계산서가 정상적으로 발행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고, 반대로 부가가치세 신고를 맞추기 위해 실제 거래와 다른 세금계산서가 오가는 경우도 있었다.

과거 국세청에서는 이런 업종을 조사하면서 이른바 ‘자료상’ 문제까지 함께 보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이 고객도 단순히 증여한 돈만 볼 문제가 아니었다.

그 돈이 사업에서 나왔다면 그 사업소득이 제대로 신고됐는지까지 연결될 수 있었다.

넷째, 예전에 산 건물의 자금은 어디에서 나왔는가

고객은 이미 건물도 가지고 있었다.

신고된 소득과 비교하면 상당한 재산이었다.

나는 물었다.

“건물을 살 때 자금출처 소명을 받은 적은 없습니까?”

없다고 했다.

건물을 산 것은 약 15년 전이었다.

당시에는 별다른 문제 없이 지나갔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신고소득과 실제 재산형성 과정의 차이가 드러나면 과거의 재산형성 과정 역시 조사관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단서가 된다.

다만 오래전 취득재산이라고 해서 언제든지 다시 과세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과세 여부는 세목별 부과제척기간과 당시 사실관계 등을 별도로 따져야 한다.

다섯째, 결정적인 것은 20억 원이 나온 계좌였다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

“아들과 딸에게 준 10억 원씩은 어느 계좌에서 이체했습니까?”

자료를 확인했다.

문제가 보였다.

세무신고에 정상적으로 반영된 소득이 쌓여 있던 계좌에서 나온 돈이 아니었다.

사업에 사용하고 있었지만 신고내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던 다른 계좌에서 돈이 나갔다.

아들에게 10억 원.

딸에게 10억 원.

합계 20억 원.

증여 사실 자체는 신고했다.

증여세도 냈다.

하지만 그 순간 다른 질문이 생긴 것이다.

‘그러면 이 20억 원은 어디서 번 돈인가?’

자녀의 증여세 신고가 오히려 아버지의 돈이 세상 밖으로 드러나는 계기가 된 셈이다.

증여세를 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여기서 착각한다.

“증여세 신고했잖아요.”

“세금도 냈는데 뭐가 문제입니까?”

증여받은 자녀의 입장에서 보면 맞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국세청 입장에서는 또 다른 질문을 할 수 있다.

증여한 사람은 그 돈을 어떻게 만들었는가?

급여를 모은 돈인지,

사업소득인지,

부동산을 처분한 돈인지,

금융자산을 처분한 돈인지,

과거에 신고된 소득과 재산으로 설명할 수 있는 돈인지.

증여재산의 출처를 따라가다 구체적인 다른 세목의 탈루혐의가 확인되면 조사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다만 조사관이 마음대로 다른 세목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행 국세기본법은 구체적인 세금탈루 혐의가 다른 세목이나 과세기간까지 관련되는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 등 일정한 사유가 있어야 조사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조사범위를 확대할 경우 그 사유와 범위를 납세자에게 문서로 통지해야 한다.

이 사례에서는 실제로 증여자금의 출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업 관련 문제가 드러났다.

결국 10억 원이 넘는 세금이 추징됐다

결과는 복잡했다.

증여세 하나로 끝난 사건이 아니었다.

사업과 관련된 매출과 계좌, 거래내역까지 확인이 이어졌다.

결국 가산세를 포함해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등 10억 원이 넘는 세금이 추징됐다.

거래처들도 자유롭지 못했다.

무자료거래와 세금계산서 문제 등이 확인된 거래처 자료는 관할 세무서로 통보됐다.

처음 고객이 가지고 온 서류는 한 장이었다.

‘증여세 세무조사 사전통지서’

하지만 조사가 끝났을 때 문제는 증여세가 아니었다.

아버지가 평생 사업하면서 벌어온 돈의 흐름이었다.

증여·자금출처조사에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

나는 증여나 자금출처 관련 세무조사를 맡으면 항상 먼저 생각하는 것이 있다.

“이 조사를 어디까지 번지지 않게 할 것인가.”

물론 실제 탈루가 있다면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조사대상과 직접 관련 없는 부분까지 불필요하게 문제가 확산되지 않도록 평소부터 자금흐름과 증빙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특히 현금을 증여할 때는 증여세 신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 돈이 어디에서 나온 돈인지까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사업을 하는 부모라면 더 중요하다.

신고된 소득에서 형성된 자금인지,

계좌의 흐름이 신고내용과 일치하는지,

사업자금과 개인자금이 섞여 있지는 않은지.

자녀에게 돈을 보내는 순간 그 돈은 더 이상 아버지 통장 속에만 있는 돈이 아니다.

증여받은 자녀의 자금출처가 되는 동시에, 증여한 부모에게는 그 돈의 출처를 설명해야 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리뷰 0

이야기를 읽고 느낀 점을 남겨주세요
?
따뜻한 댓글이 연재에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