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재산에서 공제되는 채무, 세무조사에서는 무엇을 볼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상속재산은 피상속인이 돌아가신 날 현재 남겨진 재산이다.
그런데 상속세를 계산할 때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내가 강의나 블로그에서 쉽게 설명할 때는 피상속인이 사망 당시 가지고 있던 재산을 ‘본래의 상속재산’이라고 표현한다.
여기에 더하는 것들이 있고 빼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채무다.
상속개시일 현재 피상속인이 부담하고 있던 채무는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상속재산가액에서 공제할 수 있다.
그런데 상속세 세무조사를 해보면 이 채무가 의외로 상당한 쟁점이 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상속채무를 볼 때 크게 세 가지를 확인한다.
첫째, 정말 존재하는 채무인가?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채무의 존재 사실이다.
실제로 피상속인이 부담하고 있던 채무인지, 아니면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가공채무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은행대출은 비교적 확인하기 쉽다.
금융기관의 대출내역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임대차계약이 존재하고 보증금 수수 사실 등이 확인되는 임대보증금도 비교적 입증하기 쉽다.
문제가 되는 것은 객관적인 자료만으로 바로 확인하기 어려운 채무다.
대표적인 것이 개인 간 금전대차다.
“아버지가 생전에 친구에게 5억 원을 빌렸다.”
차용증 한 장이 있다고 무조건 상속채무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돈을 빌렸는지,
돈이 피상속인에게 들어왔는지,
이자는 지급했는지,
원금 일부라도 상환한 사실이 있는지,
채권자에게 실제 자금을 빌려줄 능력이 있었는지,
상속개시 당시에도 실제로 갚아야 할 채무가 남아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게 된다.
결국 차용증이라는 형식보다 실제 금전대차가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특히 가족이나 친족 등 특수관계인과의 채무라면 실제 채무인지에 대한 입증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채무가 부인되면 그 금액만큼 상속재산에서 공제받지 못한다.
예를 들어 10억 원의 채무를 신고했는데 조사에서 전액 부인된다면 과세표준이 그만큼 증가할 수 있다.
최고세율 구간에 있는 상속이라면 세금 차이가 상당히 커질 수 있다.
법인과 피상속인 사이의 채무도 주의해야 한다
피상속인이 법인의 대표자나 주주였다면 법인과의 자금거래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법인 장부에 피상속인과 관련된 가지급금이나 가수금 등이 남아 있다면 장부에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실제 자금의 흐름과 발생원인 등을 확인해야 한다.
상속세 조사를 하면서 법인 관련 자료까지 검토하게 되는 이유다.
사안에 따라서는 상속세 문제에서 시작한 검토가 법인의 세무문제로 연결될 수도 있다.
둘째, 최근 1~2년 사이에 생긴 채무인가?
채무가 실제 존재한다고 인정됐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다음 확인할 것이 채무가 언제 발생했느냐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피상속인이 부담한 채무의 합계액이
상속개시 전 1년 이내 2억 원 이상
또는
상속개시 전 2년 이내 5억 원 이상
인 경우 그 사용처를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은 일정 금액은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하여 상속세 과세가액에 다시 산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아버지가 사망하기 1년 전에 은행에서 5억 원을 대출받았다.
사망 당시에도 5억 원의 대출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은행대출이니 채무 자체는 명확하다.
따라서 일단 상속재산에서 채무로 공제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남는다.
“그 5억 원을 어디에 사용했습니까?”
사용처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는다면 추정상속재산 문제가 다시 생길 수 있다.
채무에서는 5억 원을 빼놓고 그 사용처를 설명하지 못해 일정 금액이 추정상속재산으로 다시 들어오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실무에서 흔히 표현하는 대로라면 말짱 도루묵이 될 수도 있다.
채무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과 그 채무로 조달한 자금의 사용처를 설명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2년 이전의 채무라면 아무 문제가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상속개시 전 2년보다 앞서 발생한 채무라고 해서 모든 검토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앞에서 설명한 상증세법 제15조의 1년 2억 원·2년 5억 원에 따른 추정 규정과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조사 과정에서 실제 금융자료를 확인했는데 대출금이 상속인의 계좌로 들어갔다거나, 다른 사람 명의의 계좌에 보관돼 있다거나, 피상속인의 다른 재산으로 남아 있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그 사실관계에 따라 상속세나 증여세 문제가 별도로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2년만 지나면 사용처는 아무 상관없다.”
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셋째, 채무로 인정받은 뒤에도 끝이 아니다
상속세 조사에서 채무로 인정받았다고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채무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신고했다면 그 이후에도 실제 채무관계와 상환내역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상속인이 물려받은 채무를 실제로 상환하고 있는지,
원금은 누가 갚았는지,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면 실제 지급했는지,
제3자가 대신 갚아준 것은 아닌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상속인이 부담해야 할 채무를 다른 사람이 대신 상환했다면 새로운 증여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개인 간 채무라면 채권자 입장에서는 실제 받은 이자에 대한 소득세 문제도 연결될 수 있다.
상속채무는 상속세 신고서에 숫자 하나 적어 넣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증여채무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한 가지 더 있다.
피상속인이 생전에 재산을 주기로 약속했지만 아직 이행하지 않은 증여채무다.
“아버지가 생전에 나에게 5억 원을 주기로 약속했으니 아버지의 채무다.”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채무공제에서 증여채무를 별도로 제한하고 있다.
상속개시 전 10년 이내에 피상속인이 상속인에게 진 증여채무
그리고
상속개시 전 5년 이내에 피상속인이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진 증여채무
는 상속재산에서 공제되는 채무에서 제외한다.
따라서 증여채무는 일반적인 금전대차 채무와 똑같이 보면 안 된다.
아버지가 연로하거나 병환 중이라면 미리 확인해야 한다
상속채무에서 내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아버지가 진 빚을 나중에는 상속인이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는
“내가 누구에게 돈을 빌렸다.”
“이 돈은 어디에 사용했다.”
라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돌아가시고 나면 그 사실관계를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던 사람이 없어지는 것이다.
특히 개인 간 차용이라면 더 어렵다.
그래서 부모님이 연로하시거나 병환 중이고 은행대출이나 임대보증금 외에 상당한 사적 채무가 있다면 미리 자료를 정리해두는 것이 좋다.
차용계약서,
실제 입금내역,
이자 지급내역,
원금 상환내역,
자금 사용처 등이다.
상속채무를 볼 때는 결국 세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첫째, 실제 존재하는 채무인가.
둘째, 최근 발생한 채무라면 그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가.
셋째, 상속 이후에도 실제 채무관계가 계속되고 있는가.
상속세 조사에서는 채무가 있다는 사실만 보는 것이 아니다.
그 채무의 처음부터 끝까지 돈의 흐름을 함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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