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은 누구 돈일까? 보험료 증여부터 상속세까지
“상속세 납부재원을 마련하려고 생명보험에 가입하면 좋은 방법 아닌가요?”
자산가 상담을 하다 보면 보험과 관련해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상속이 발생하면 부동산이나 주식은 많은데 당장 상속세를 낼 현금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그래서 피상속인의 사망 시 자녀가 보험금을 받아 그 돈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도록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방법을 생각한다.
방법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보험은 가입할 때부터 세금 문제를 정확히 알고 설계해야 한다.
보험 관련 세금을 실무적으로 단순하게 정리하면 국세청이 보는 관점은 의외로 간단하다.
보험료는 실제 누가 냈는가?
그리고
보험금은 누가 받았는가?
계약자, 피보험자, 수익자를 어떻게 정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세금에서는 결국 실제 자금의 흐름을 확인하게 된다.
아버지가 보험료를 내고 자녀가 보험금을 받으면?
예를 들어보자.
아버지가 사망하면 아들이 10억 원의 보험금을 받는 생명보험에 가입했다.
보험료는 전액 아버지가 부담했다.
보험수익자는 아들이다.
아버지가 사망하고 아들이 보험금 10억 원을 받았다.
민법상 보험금은 보험수익자인 아들의 고유재산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상속세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받는 보험금 중 피상속인이 실질적으로 보험료를 부담한 보험금은 상속재산으로 본다.
따라서 아버지가 보험료를 전액 부담했다면 아들이 받은 보험금은 상속세 계산에서 상속재산에 포함된다.
보험수익자를 자녀로 지정했다고 해서 상속세 과세대상에서 빠지는 것이 아니다.
보험료를 부모와 자녀가 함께 냈다면?
이번에는 보험료를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부담했다고 해보자.
보험금은 10억 원이다.
전체 보험료 중 아버지가 70%, 아들이 30%를 실제 부담했다.
이 경우 보험금 10억 원 전부를 상속재산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피상속인이 부담한 보험료의 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을 계산한다.
단순화하면,
10억 원 × 70% = 7억 원
이 7억 원이 상속재산으로 보는 보험금이 된다.
결국 계약서에 누구 이름이 적혀 있느냐보다 실제로 보험료를 누가 부담했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면 자녀가 보험료를 내면 괜찮을까?
여기서 많은 사람이 한 단계 더 생각한다.
“그럼 보험료를 자녀가 내면 되겠네요?”
맞다.
자녀가 자신의 소득과 재산으로 보험료를 실제 부담하고 자녀가 보험금을 받는 구조라면 피상속인이 보험료를 부담한 경우와는 과세관계가 달라진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국세청은 한 단계 더 본다.
“자녀가 낸 그 보험료는 원래 누구 돈이었는가?”
이게 중요하다.
아버지가 보험료를 대신 내준 경우
아들이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금도 아들이 받기로 했다.
그런데 보험료는 아버지가 대신 내줬다고 해보자.
아들이 자기 돈으로 보험료를 부담한 것이 아니다.
보험금 수령인과 보험료 납부자가 다른 경우에는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보험금의 증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국세청 집행기준도 보험료를 전액 타인이 부담한 경우와 일부만 타인이 부담한 경우를 나누어 증여이익을 계산하도록 하고 있다.
보험료를 누가 냈는지를 확인하는 이유다.
보험료를 증여받아 낸 경우는?
여기서 조금 더 어려운 문제가 나온다.
아들이 보험료를 자기 계좌에서 직접 냈다.
보험회사 기록에도 보험료 납부자는 아들이다.
그러면 아무 문제가 없을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아들에게 현금 2억 원을 증여했다.
아들은 증여받은 2억 원으로 보험료를 납부했다.
몇 년 뒤 보험사고가 발생해서 아들이 5억 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형식적으로 보면 보험료 납부자도 아들이고 보험금 수령인도 아들이다.
하지만 그 보험료의 원천은 아버지에게 증여받은 재산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이 경우까지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보험계약 기간에 보험금 수령인이 타인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아 그 재산으로 보험료를 납부했다면, 그 증여재산으로 납부한 보험료에 대응하는 보험금 상당액에서 이미 증여받은 보험료 상당액을 차감한 금액을 다시 증여재산가액으로 계산한다.
위 사례를 단순하게 계산하면,
아버지에게 증여받아 납부한 보험료가 2억 원이고,
그 보험료에 대응하는 보험금이 5억 원이라면,
5억 원 - 2억 원 = 3억 원
이 3억 원이 보험금 수령 시점에 추가로 증여세 과세대상이 될 수 있다.
처음 2억 원을 받을 때 증여세 문제가 끝났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이유다.
현금이 아니라 증여받은 재산으로 보험료를 냈다면?
여기서 한 단계 더 가보자.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재산을 증여했다.
아들이 그 재산을 처분해 현금화한 뒤 그 돈으로 보험료를 납부했다.
그렇다면
“보험료는 내가 낸 것이니까 보험금도 내 돈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세법에서는 단순히 보험료가 어느 계좌에서 빠져나갔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다.
그 보험료의 재원이 타인에게 증여받은 재산인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증여받은 재산을 처분한 자금이 보험료 납부로 직접 연결되는 사실관계라면 보험금의 증여 규정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납부자가 아니라 보험료의 실질적인 자금 원천이다.
보험료를 일부만 증여받았다면?
이번에는 보험료 2억 원 중 1억 원은 아들이 자기 돈으로 내고, 나머지 1억 원은 아버지에게 증여받은 돈으로 냈다고 해보자.
보험금이 6억 원이라면 전부를 증여받은 것으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다.
증여받은 재산으로 납부한 보험료가 전체 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먼저 계산한 뒤, 이미 증여받아 보험료로 납부한 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이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증여받은 돈으로 낸 보험료 비율은 50%다.
따라서 증여받은 재산에 대응하는 보험금은
6억 원 × 50% = 3억 원
이다.
여기에서 이미 증여받아 납부한 보험료 1억 원을 빼면
3억 원 - 1억 원 = 2억 원
이 보험금 수령 시 추가로 검토해야 할 증여이익이 된다.
“10년 넘게 보험료를 냈으니 괜찮다”는 것도 다른 이야기다
보험과 관련해서 또 하나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다.
“보험을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아닌가요?”
여기서 말하는 비과세와 상속세·증여세는 구분해야 한다.
일정 요건을 갖춘 장기 저축성보험의 보험차익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문제와 보험료 부담자와 보험금 수령인이 달라 발생하는 상속세·증여세 문제는 별개의 문제다.
보험을 오래 유지했다고 해서 보험금에 관한 상속세나 증여세 문제가 자동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속세 재원 마련용 보험에서 가장 먼저 볼 것
상속세 납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생명보험을 활용하는 것 자체가 나쁜 방법은 아니다.
오히려 부동산이나 비상장주식처럼 현금화하기 어려운 재산이 많은 사람에게는 상속 발생 후 납부재원을 마련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다만 보험에 가입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누가 보험료를 실제 부담할 것인가.
보험금은 누가 받을 것인가.
보험료를 납부하는 사람에게 그 보험료를 부담할 경제적 능력이 있는가.
보험료의 원천이 본인의 소득과 재산인가.
부모나 다른 사람에게 증여받은 돈이나 재산이 보험료로 들어간 것은 아닌가.
보험은 계약자·피보험자·수익자의 이름만 잘 정한다고 세금 문제가 끝나는 상품이 아니다.
내가 보험 관련 세금을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도 결국 이것이다.
보험료는 누가 냈는가.
그리고 한 번 더 묻는다.
그 보험료는 원래 누구 돈이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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