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문제에 관한 한 최대한 말을 아껴야 하는 이유
상속세나 자금출처조사 등 각종 세무조사를 받다 보면 최소한 한두 번씩은 조사관과 마주할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최대한 말을 아껴야 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조사관이 편하게 물어본 말 한마디
서울청에서 상속세 조사를 하면서 있었던 일이다.
피상속인은 아버지고 상속인은 배우자와 아들, 딸 하나였다.
아들은 해외 유학파였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던 도중에 상속이 발생한 건이었다.
조사에 착수하고 얼마 뒤 세무사님과 아들이 대표상속인 자격으로 조사국 사무실을 방문했다.
서로 인사를 하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나는 해외 유학과 관련한 질문도 하면서 편안한 주제로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재산형성 과정을 살펴보니 상속인들 명의의 금융자산과 부동산도 상당히 늘어나 있었다.
그래서 부드럽게 물었다.
“해외에 계시는 동안 부동산과 주식계좌 등 금융자산이 늘었네요. 쉽지 않으셨을 텐데.”
아들이 대답했다.
“그러게요. 모든 자산관리는 실질적으로 아버지가 다 하셔가지고 저는 잘 몰라요. 아버지가 투자나 자산 쪽에 관심도 많으셔서 모든 자산형성은 아버지가 다 하셨죠.”
나는 맞장구를 쳤다.
“아, 그러시군요. 아버지께서 능력이 좋으세요. 부럽네요. 그러기 쉽지 않은데. 고생 많이 하셨겠어요.”
그러자 신이 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해줬다.
나는 속으로 차곡차곡 계산을 했다.
옆에 있던 세무사님의 낯빛이 점점 변해갔다.
아는 것이다.
세무사님이 자꾸 눈치를 주니까 그제야 아들이 말했다.
“아, 제가 너무 쓸데없는 말을 많이 했네요.”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미 늦었네요.’
본인에게 유리한 말인지 불리한 말인지 모른다
생각해보자.
일반인은 세법을 잘 모른다.
그래서 내가 하는 말 중 어떤 것이 나에게 유리한 진술인지, 불리한 진술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나를 방어하기 위해 설명한 것인데, 그 말이 오히려 세금 문제로 이어지거나 조사관에게 새로운 힌트를 주는 경우가 있다.
앞의 사례가 그렇다.
조사관 입장에서는 상속인이 해외에 있는 동안 늘어난 부동산과 금융자산이 누구의 자금으로 형성됐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상속인이 직접
“모든 자산형성은 아버지가 다 하셨죠.”
라고 말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세금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를 대신해서 국세청 언어로 대응해줄 세무사님에게는 사실관계를 자세히 설명하고 의논해야 한다.
세무사님은 전체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조사 쟁점을 검토하고, 필요한 진술과 관련 증빙을 준비해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사관에게 모든 이야기를 직접 하는 것과 내 세무대리인에게 모든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래서 모든 일은 전문가와 상의하라는 것이다.
조사가 끝난 뒤에도 말을 아껴야 한다
또 다른 경우도 있다.
사업을 하든 상속세 조사를 받든, 나는 특히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세금 이야기를 조심하라고 자주 말한다.
각종 세금 신고기한이 지나거나 세무조사가 끝나고 나면 술자리에서 꼭 영웅담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에 소득세 신고를 하는데 말이야. 우리 세무사가 어찌어찌해서 세금을 확 줄였어.”
“이번에 상속세 조사받다가 세금이 어마어마하게 나올 뻔했는데, 간신히 어찌어찌해서 줄였어.”
본인은 아무 생각 없이 자랑삼아 하는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까지 똑같은 것은 아니다.
그중에는 말은 안 하지만 직전에 자기는 세금을 많이 내서 배가 아픈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세금과 관련해서는 조사받을 때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고하기 전에도,
조사를 받을 때도,
조사가 끝난 뒤에도 마찬가지다.
세금 관련 문제는 좋든 싫든 말을 아끼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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