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에서 상속세·증여세 세미나를 하면 꼭 나오는 질문이 있다.
“상속세와 증여세의 차이가 뭐예요?”
나는 늘 이렇게 말한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바늘과 실의 관계입니다.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오늘은 상속세와 증여세를 비교해서 정리해보자.
1. 예시로 보는 출발점
아버지와 아들 셋이 있다.
아버지 재산은 현금 90억 원이고 주소지는 서울 종로다.
큰아들은 부산, 둘째 아들은 강남, 셋째 아들은 용인에 살고 있다.
아버지가 아들들에게 각각 30억 원씩 주려고 한다.
이걸 상속으로 줄 때와 증여로 줄 때의 차이는 무엇일까?
2. 상속세와 증여세의 차이
① 사망이냐, 생전이냐
가장 기본적인 차이다.
상속세는 사망으로 인해 재산이 넘어갈 때 발생한다.
반면,
증여세는 살아 있을 때 재산을 무상으로 주면 발생한다.
② 누구를 기준으로 계산하느냐
이 차이가 가장 중요하다.
상속세는 주는 사람, 즉 피상속인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증여세는 받는 사람, 즉 수증자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이를 조금 어렵게 표현하면,
상속세 = 유산세 방식
증여세 = 유산취득세 방식
이라고 한다.
어감상 ‘유산세’는 주는 쪽을 기준으로 하는 느낌이고, ‘유산취득세’는 취득하는 쪽을 기준으로 하는 느낌이라서 덜 헷갈릴 것이다.
가끔 나오는 용어이니 알아두면 있어 보인다.
앞의 사례로 돌아가 보자.
아버지에게 현금 90억 원이 있다.
아들 셋에게 각각 30억 원씩 재산이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상속세는 아들 각자가 받은 30억 원을 따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남긴 전체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반면 생전에 아들 세 명에게 각각 30억 원을 증여한다면 증여세는 각 아들이 받은 30억 원을 기준으로 각각 계산한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상속세와 증여세의 상당 부분이 정리된다.
③ 공제액도 다르다
상속세는 아버지 전체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상속공제가 있다.
일괄공제, 배우자상속공제, 금융재산상속공제, 동거주택상속공제 등이다.
반면 증여세는 수증자가 받은 증여재산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성년인 아들이 아버지에게 증여받는 경우에는 직계존속으로부터의 증여재산공제 5천만 원을 적용할 수 있다.
물론 최근 10년 동안 직계존속으로부터 받은 다른 증여재산이 있다면 공제 적용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④ 신고하는 세무서도 다르다
상속세는 원칙적으로 피상속인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세무서에 신고한다.
따라서 아버지가 서울 종로에 살다가 사망했다면 아버지 주소지 관할 세무서에 상속세를 신고한다.
반면 증여세는 원칙적으로 수증자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세무서에 신고한다.
따라서 앞의 사례라면 아들 세 명이 각자의 주소지를 기준으로 증여세를 신고하게 된다.
결국 같은 90억 원을 세 아들에게 30억 원씩 넘기더라도 상속이라면 하나의 상속을 기준으로 신고하지만, 생전증여라면 세 명의 수증자를 기준으로 각각 증여세 문제가 발생한다.
⑤ 발생 횟수도 다르다
상속은 사람의 사망으로 발생한다.
한 사람을 기준으로 보면 상속은 사망할 때 한 번 발생한다.
반면 증여는 살아 있는 동안 여러 번 할 수 있다.
아들에게 올해도 증여할 수 있고 내년에도 증여할 수 있다.
다만 동일인에게서 받은 증여재산은 10년 이내 증여재산 합산 규정을 함께 봐야 한다.
⑥ 거주자·비거주자의 과세범위도 기준이 다르다
이 부분에서도 앞에서 설명한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을 기준으로 본다.
피상속인이 거주자라면 원칙적으로 국내외 모든 상속재산이 과세대상이 된다.
피상속인이 비거주자라면 원칙적으로 국내에 있는 상속재산이 과세대상이 된다.
증여세는 수증자를 기준으로 본다.
수증자가 거주자라면 원칙적으로 국내외 증여재산이 과세대상이 된다.
수증자가 비거주자라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국내에 있는 증여재산이 과세대상이 된다.
다만 거주자가 비거주자에게 국외재산을 증여하는 경우에는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증여자에게 증여세 납세의무가 생길 수 있으므로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복잡해 보이지만 기본은 하나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을 보고, 증여세는 수증자를 본다.
3. 실제 문제로 이해하기
내가 금융PB 자격시험에 냈던 문제 중 정답률이 5%도 나오지 않은 문제가 있다.
문제
거주자인 아버지가 일본에 있는 아들 집에 갔다가 사망했다.
아버지의 재산은 다음과 같다.
미국 나스닥 주식 10억 원.
일본 주택 10억 원.
한국 내 재산 30억 원.
배우자인 어머니는 일본인으로 일본 주택 10억 원을 상속받고, 미국 주식은 미국에 거주하는 아들이, 한국 재산은 한국에 거주하는 둘째 아들이 상속받기로 했다.
상속세 과세대상이 되는 상속재산은 얼마일까?
나한테 강의를 들은 사람들은 10초 만에 푼다.
하지만 원칙을 모르면 정말 헷갈린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을 기준으로 본다.
아버지가 거주자이므로 원칙적으로 국내외 모든 상속재산이 상속세 과세대상이 된다.
따라서,
미국 주식 10억 원
+ 일본 주택 10억 원
+ 한국 재산 30억 원
= 50억 원
이다.
아버지가 일본에서 사망했다는 사실 때문에 일본 재산만 보는 것이 아니다.
배우자가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일본 주택이 빠지는 것도 아니다.
미국 주식을 미국에 사는 아들이 받았다는 이유로 미국 주식이 빠지는 것도 아니다.
피상속인인 아버지가 거주자이기 때문에 국내외 상속재산을 모두 보는 것이다.
반대로 아버지가 세법상 비거주자였다면 원칙적으로 국내에 있는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 과세범위를 판단한다.
그래서 이 문제를 풀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하나다.
“피상속인이 거주자인가, 비거주자인가?”
이 원칙을 알면 복잡해 보이는 문제도 의외로 쉽게 풀린다.
4. 상속세와 증여세의 같은 점
다른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둘은 상당히 많이 닮아 있다.
① 기본 세율이 같다
상속세와 증여세의 기본세율은 같다.
과세표준 1억 원 이하 10%부터 시작해서 30억 원을 초과하면 50%의 세율이 적용되는 누진세율 구조다.
② 무상으로 이전되는 재산에 과세한다
상속은 사망으로 재산이 무상 이전되고, 증여는 생전에 재산이 무상 이전된다.
발생 원인은 다르지만 대가 없이 재산이 이전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③ 재산평가의 기본원칙도 같다
상속재산과 증여재산 모두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재산평가 규정을 적용한다.
기본은 시가다.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법에서 정한 보충적 평가방법을 적용한다.
따라서 같은 부동산이나 주식을 상속받느냐 증여받느냐에 따라 평가의 기본원칙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5. 양도소득세까지 함께 봐야 한다
상속세와 증여세만 보고 끝내서도 안 된다.
상속이나 증여 당시 재산가액이 높게 평가돼 상속세나 증여세를 많이 부담했다면 향후 그 재산을 양도할 때 취득가액이 높아져 양도차익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상속이나 증여 당시 재산가액을 낮게 평가하면 당장의 상속세나 증여세는 줄어들 수 있지만 향후 양도할 때 양도차익이 커질 수 있다.
물론 실제 양도소득세 계산에서는 이월과세 등 별도로 검토해야 할 규정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재산을 상속하거나 증여할 때는 당장의 상속세·증여세뿐 아니라 향후 처분할 때 발생할 양도소득세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상속세와 증여세,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바늘과 실의 관계다.
둘 다 재산의 무상이전과 관련된 세금이고 세율과 재산평가의 기본구조도 상당 부분 같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차이가 있다.
상속세는 피상속인 기준.
증여세는 수증자 기준.
이 원칙 하나만 정확히 기억해두면 상속세와 증여세를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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