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에 있을 때 자주 있었던 일이다.
주로 나이가 지긋한 고객들이 이런 질문을 했다.
“내가 죽으면 상속세가 얼마나 나올까요?”
자신의 재산목록을 들고 와서 계산을 부탁한다.
재산이 100억 원인 노인이 찾아와 묻는다.
“상속세가 얼마입니까?”
나는 늘 똑같이 대답했다.
“해봐야 압니다.”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대충이라도 알고 싶은데요.”
“그럼 제가 필요한 자료를 말씀드릴 테니 준비해 오시죠.”
내가 요청하는 자료는 대략 이런 것들이다.
- 가족관계
- 10(5)년 이내 증여한 재산
- 현재 보유한 부동산과 금융자산
- 퇴직금, 보험금, 신탁재산 유무
- 금융계좌의 과거 거래내역
이 정도를 확인하면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대략적인 흐름은 알 수 있다.
며칠 뒤 그 노인이 자료를 들고 다시 왔다.
자료를 놓고 계산해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상속세가 훨씬 많이 나왔다.
노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니, 다른 데서는 재산이 100억이면 이것저것 빼고 이 정도라고 하던데 왜 이렇게 많이 나옵니까?”
나는 말했다.
“이것도 정확한 건 아닙니다. 더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사람들은 보통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의 재산만 가지고 상속세를 계산하려고 한다.
아파트 30억.
상가 30억.
예금과 주식 40억.
합계 100억.
여기서 공제를 빼고 세율을 곱하면 대략적인 상속세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상속세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상속세를 계산하려면 현재 가지고 있는 재산만 볼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재산 흐름까지 함께 봐야 한다.
그래서 나는 상속세가 얼마냐고 물으면 쉽게 답하지 않는다.
“해봐야 압니다.”
그 이유를 하나씩 살펴보자.
상속세는 현재 재산만 보고 계산하지 않는다
상속세를 계산하려면 우선 무엇이 상속세 과세대상이 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크게 보면 다음과 같은 재산을 확인해야 한다.
① 본래의 상속재산
② 간주상속재산
③ 추정상속재산
④ 사전증여재산
본래의 상속재산은 말 그대로 사망 당시 피상속인이 가지고 있던 부동산, 예금, 주식 등의 재산이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사망 당시 피상속인 명의로 남아 있지 않은 재산도 상속세 계산에 들어올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간주상속재산과 추정상속재산이다.
여기에 과거 일정 기간 동안 증여한 재산까지 다시 끌고 들어온다.
그래서 현재 재산이 100억 원이라고 해서 상속세도 그 100억 원만 놓고 계산하는 것은 아니다.
① 간주상속재산
‘간주’란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법에서 그렇게 본다는 뜻이다.
사망 당시 피상속인 명의의 재산이 아니더라도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발생하는 일정한 경제적 이익 등을 상속재산으로 보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보험금과 퇴직금, 신탁재산이다.
보험금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아들이 생명보험금 6억 원을 받았다고 해보자.
보험금은 민법상 상속재산과 세법상 상속재산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보험수익자가 아들로 지정되어 있다면 그 보험금은 일반적으로 아들의 고유재산으로 보지만, 상속세법에서는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받는 일정한 보험금을 상속재산으로 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가 실질적으로 보험료를 부담했느냐이다.
예를 들어 총보험료가 3억 원이고,
아버지가 2억 원,
아들이 1억 원을 실제 부담했다고 해보자.
사망보험금이 6억 원이라면 피상속인이 부담한 보험료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계산하게 된다.
6억 원 × 2억 원 ÷ 3억 원 = 4억 원
이 경우 4억 원이 상속재산으로 들어가는 구조다.
따라서 보험을 이용한 상속설계에서는 계약자나 수익자의 명의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로 누가 보험료를 부담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퇴직금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지급되는 퇴직금, 퇴직수당, 공로금, 연금 또는 이와 유사한 급여도 원칙적으로 상속재산으로 본다.
다만 국민연금법에 따른 유족연금 등 법에서 정한 일부 급여는 제외된다.
따라서 단순히 “사망퇴직금은 전부 상속재산”이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어떤 성격의 급여인지 확인해야 한다.
신탁재산
신탁재산도 마찬가지다.
명의만 신탁회사에 있다고 해서 상속세와 관계없는 것이 아니다.
피상속인이 신탁한 재산은 원칙적으로 상속재산으로 보되, 이미 다른 수익자에게 귀속되는 신탁이익 등 법에서 정한 부분은 달리 처리한다.
특히 유언대용신탁이나 수익자연속신탁은 누가 어떤 수익권을 가지고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결국 이름보다 실제 권리와 이익의 귀속관계를 봐야 한다.
② 추정상속재산
상속세 조사에서 세금이 크게 늘어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가 추정상속재산이다.
나는 고객들에게 가끔 이렇게 묻는다.
“지금 본인 계좌의 2년 치 거래내역을 전부 뽑아놓고 돈을 어디에 썼는지 객관적인 증빙으로 밝히라고 하면 얼마나 밝힐 수 있습니까?”
본인 돈도 쉽지 않다.
그런데 돌아가신 아버지가 2년 동안 쓴 돈의 사용처를 상속인이 증빙하라고 하면 더 어렵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피상속인이 사망 전에 재산을 처분하거나 금융재산을 인출하거나 채무를 부담해 받은 돈 가운데 일정 금액 이상의 사용처가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으면 세법은 일정 금액을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한다.
기준은 다음과 같다.
상속개시 전 1년 이내
재산 종류별 처분·인출액이 2억 원 이상
또는 채무부담액이 2억 원 이상
상속개시 전 2년 이내
재산 종류별 처분·인출액이 5억 원 이상
또는 채무부담액이 5억 원 이상
여기서 한 가지는 정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사용처를 밝히지 못한 금액 전부를 상속재산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미소명금액에서
① 처분·인출금액 등의 20%
② 2억 원
중 작은 금액을 차감하고 남는 금액을 추정상속재산으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상속개시 전 2년 이내에 예금 10억 원을 인출했고 그중 3억 원의 사용처를 밝히지 못했다고 해보자.
10억 원의 20%는 2억 원이다.
2억 원과 2억 원 중 작은 금액은 2억 원.
따라서 미소명금액 3억 원에서 2억 원을 뺀 1억 원이 추정상속재산이 되는 구조다.
이 부분을 모르고 단순히
“2년 이내 출금액은 전부 소명해야 하고, 못 밝히면 전부 상속재산이다.”
라고 설명하면 정확하지 않다.
왜 이런 규정이 생겼을까?
극단적인 사례를 생각해보자.
재산이 100억 원인 사람이 죽기 전에 부동산과 주식, 예금을 전부 처분해 현금으로 바꿨다고 하자.
대출까지 받아 현금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돈을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놓았다.
상속개시 당시 명의상 남아 있는 재산은 없고 빚만 남아 있다.
이런 방법이 허용된다면 상속세를 제대로 과세하기 어렵다.
그래서 상속 직전에 거액의 재산이 빠져나갔는데 그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일정한 요건 아래 상속인이 받은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다.
상속세법이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재산만 보지 않고 사망 전 일정 기간의 재산 흐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유다.
③ 사전증여재산
여기까지 확인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과거 증여재산도 봐야 한다.
피상속인이 상속개시 전에 증여한 재산 중 일정 기간 안의 증여재산은 상속세 과세가액에 다시 가산된다.
현재 기준으로,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은 상속개시 전 10년 이내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증여한 재산은 상속개시 전 5년 이내
의 증여재산이 원칙적으로 상속세 과세가액에 가산된다.
물론 법에서 정한 합산배제증여재산 등은 제외된다.
그래서 나는 늘 증여세와 상속세는 따로 떨어져 있는 세금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살아 있을 때 증여세를 내고 끝났다고 생각한 재산이 사망 후 다시 상속세 계산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같은 재산에 증여세와 상속세를 아무 조정 없이 이중으로 내는 것은 아니다.
상속세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이미 납부한 증여세에 대한 세액공제 문제가 별도로 따라온다.
상속세 과세가액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아주 단순화해서 보면 흐름은 다음과 같다.
**본래의 상속재산
- 간주상속재산
- 추정상속재산
* 비과세·과세가액 불산입재산
* 공과금·장례비용·채무 등
- 상속인에 대한 10년 이내 사전증여재산
- 상속인 외의 자에 대한 5년 이내 사전증여재산
\= 상속세 과세가액**
여기서 다시 각종 상속공제를 적용하고 과세표준을 계산한 뒤 세율을 적용해야 비로소 상속세액이 나온다.
그래서 재산이 100억 원이라는 사실 하나만 가지고
“상속세가 얼마입니까?”
라고 물으면 정확하게 답하기 어렵다.
가족관계가 어떤지,
배우자가 있는지,
10년 동안 누구에게 얼마를 증여했는지,
사망 전에 재산을 처분하거나 인출한 것은 없는지,
보험금과 퇴직금은 없는지,
신탁재산은 없는지,
채무는 얼마인지,
적용할 수 있는 상속공제는 무엇인지.
이것을 모두 봐야 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같은 질문을 받으면 비슷하게 대답한다.
“해봐야 압니다.”
상속세는 사망 당시 통장잔액과 부동산 시세만 가지고 계산하는 세금이 아니다.
한 사람이 살아오면서 만들고, 쓰고, 옮기고, 증여한 재산의 흐름을 거꾸로 따라가야 비로소 계산할 수 있는 세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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