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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03 · 상속세 블로그

10화. 출생과 사망

2026.09.22·약 11분

출생과 사망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세금과 함께 살아간다.

좋든 싫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금은 항상 우리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먹고, 마시고, 차를 타고, 물건을 산다. 담배 한 대를 피우고 술 한잔을 마셔도 그 안에 각종 세금이 들어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 월급에 소득세가 따라다니고, 사업을 하면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또는 법인세를 내야 한다.

부모를 잘 만나 증여나 상속을 받게 되면 또 세금이 따라온다.

그중에서도 사람이 언제 태어나고 언제 죽었느냐가 직접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세금이 상속세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출생과 사망.

그런데 상속에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상속에서 중요하게 알아야 할 출생과 사망의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보자.

1. 출생


사람은 언제부터 법적으로 사람이 될까?

민법은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 정확히 언제부터 출생한 것으로 볼까?

우리 판례는 원칙적으로 태아가 모체로부터 완전히 노출된 때를 출생시점으로 보는 전부노출설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민법에는 재미있는 예외가 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다.

원칙적으로 태아에게 일반적인 권리능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민법은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몇 가지 경우에는 태아를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

대표적인 것이 두 가지다.

하나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고,

다른 하나가 상속권이다.

태아에게도 손해배상청구권이 있다

민법 제762조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태아는 손해배상의 청구권에 관하여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임신 중인 산모가 교통사고를 당해 태아가 다쳤다고 해보자.

그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면 태아였을 당시 자신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우리 판례는 태아를 그 상태에서 완전한 권리능력자로 보는 것이 아니다.

태아가 살아서 출생하면 문제된 사건이 있었던 때까지 소급하여 이미 출생했던 것처럼 본다.

이를 흔히 정지조건설이라고 한다.

반대로 태아가 살아서 출생하지 못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법원도 태아가 모체와 함께 사망하여 출생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경우에는 태아 자신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상속권도 기본적인 구조는 같다.

태아도 상속인이 될 수 있다

민법 제1000조는 상속순위를 정하면서 태아는 상속순위에 관하여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말이 실제 상속에서는 상당히 중요하다.

태아 한 명의 존재 때문에 수십억, 수백억 원의 재산을 받을 사람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많이 보던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형제가 세 명 있다.

아들 둘과 딸 하나다.

큰아들이 사업에 성공해 중견기업을 일구었다.

그런데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아버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큰아들은 배우자도 수년 전에 먼저 보낸 상태였다.

아들을 잃은 뒤 시름시름 앓다가 병세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그런데 유일한 핏줄 하나가 남아 있다.

죽은 아들의 여자친구가 임신 중이었다.

임신 4개월 정도였고 아들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문제는 하나였다.

아들과 여자친구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혼인신고 전의 며느리는 상속인이 아니다

상속에서 배우자는 법률상 배우자를 말한다.

결혼식을 했더라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라면 배우자로서 법정상속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더구나 이 사례에서는 아들이 이미 사망했다.

사망한 사람과 나중에 혼인신고를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여자친구 자신은 죽은 아들의 배우자 자격으로 시아버지의 재산을 대습상속할 수 없다.

그런데 뱃속의 아이는 다르다.

민법은 태아를 상속순위에 관해서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할아버지보다 먼저 사망했으므로 아이가 살아서 출생하면 아버지를 대신하여 할아버지의 재산을 대습상속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할아버지가 사망하면 누가 상속받을까?

할아버지가 태아의 출생을 보지 못하고 먼저 사망했다고 해보자.

아들은 이미 사망했다.

법률상 며느리도 없다.

그리고 아들의 아이는 아직 뱃속에 있다.

이때 우리 판례가 취하고 있는 태아의 권리능력에 관한 정지조건설이 중요해진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태아가 살아서 출생하면 할아버지가 사망했던 상속개시 당시로 소급하여 상속인이 된다.

반대로 살아서 출생하지 못하면 그 권리를 취득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아이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동안에는 어떻게 될까?

현실적으로는 태아보다 후순위에 있는 상속인들이 상속재산을 취득한 것과 같은 외관이 생길 수 있다.

이 사례라면 할아버지의 다른 형제자매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태아가 무사히 출생하면 상속개시 당시로 소급하여 상속권을 취득한다.

후순위 상속인이 이미 상속재산을 취득했다면 그 상속권은 소급하여 영향을 받게 되고, 태어난 아이가 진정한 상속인으로서 재산을 회복하는 문제가 생긴다.

실제 판례에서도 상속개시 당시 태아였던 사람이 나중에 소급하여 상속권을 취득하는 경우 후순위 상속인을 표현상속인으로 본 사례가 있다.

그러니까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후순위 상속인이 일단 상속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태아가 살아서 태어나면 상속개시 당시로 돌아가 태아가 상속인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태아가 살아서 출생하지 못하면 소급하여 상속권을 취득하지 못한다.

여기서부터 드라마가 시작된다.

할아버지에게 수백억 원의 재산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뱃속의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느냐에 따라 재산을 받을 사람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할아버지의 다른 형제자매 입장에서는 태아가 태어나면 자신들에게 올 수도 있었던 거액의 재산이 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사건도 있었다.

그 이야기는 별도의 사례에서 자세히 다뤄보겠다.

이렇게 세상에는 출생부터 무난하지 않은 상속도 있다.

2. 사망

상속에서 출생만큼 중요한 것이 사망이다.

민법 제997조는 간단하게 규정한다.

상속은 사망으로 인하여 개시된다.

따라서 언제 사망했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누가 상속인이 되는지,

어떤 재산이 상속재산인지,

누가 먼저 사망했는지에 따라 재산의 흐름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법에서 말하는 사망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자연사망만 있는 것이 아니다.

① 자연사망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사망이다.

사람이 실제로 사망한 경우다.

사망과 동시에 상속이 개시된다.

따라서 사망시점이 곧 상속관계를 판단하는 기준시점이 된다.

② 인정사망

수해, 화재, 폭발, 선박사고 같은 재난이 발생했는데 시신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사망한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시신이 없어 의사의 사망진단서나 검안서를 정상적으로 작성할 수 없는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관공서의 조사와 통보 등을 통해 가족관계등록부에 사망사실을 기록하는 절차가 있다.

실무에서 흔히 인정사망이라고 한다.

뉴스에서 대형 재난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끔 접하게 되는 경우다.

③ 실종선고

사람이 사라졌다.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다.

그런 상태를 언제까지나 그대로 둘 수는 없다.

배우자 관계도 정리해야 하고 재산관계도 정리해야 하며 상속 문제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법은 실종선고 제도를 두고 있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부재자의 생사가 5년간 분명하지 않으면 이해관계인이나 검사가 법원에 실종선고를 청구할 수 있다.

전쟁이나 선박 침몰, 항공기 추락 등 사망의 원인이 될 만한 특별한 위난을 당한 경우에는 위난이 끝난 뒤 1년간 생사가 분명하지 않으면 실종선고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상속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둘 것이 하나 있다.

민법과 상속세법이 기준으로 삼는 날짜가 다르다.

민법은 실종기간 만료일, 세법은 실종선고일

민법 제28조는 실종선고를 받은 사람을 실종기간이 만료한 때 사망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민법상 사망시점은 법원이 실종선고를 내린 날이 아니다.

보통실종이라면 원칙적으로 5년의 실종기간이 만료한 때다.

그런데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다르다.

상증세법은 상속개시일을 정의하면서 실종선고로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에는 실종선고일을 상속개시일로 본다.

정리하면 이렇다.

민법상 사망시점 → 실종기간 만료일

상속세법상 상속개시일 → 실종선고일

왜 이 차이가 중요할까?

상속세는 상속개시일을 기준으로 재산을 평가한다.

상속재산의 범위와 각종 기간을 계산할 때도 상속개시일이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실종선고에 의한 상속에서는 민법상 사망일만 보고 상속세를 처리하면 안 된다.

민법과 세법을 따로 봐야 한다.

④ 부재선고

조금 특수한 제도도 있다.

남한에 재산을 두고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경우처럼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생사가 확인되지 않거나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일반적인 실종선고와 별도로 「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교류 촉진에 관한 법률」 등 관련 특별법과 부재선고 제도를 검토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부재선고가 확정되면 재산관계와 상속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부분은 일반적인 상속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므로 별도의 사례가 생기면 자세히 다뤄보겠다.

⑤ 동시사망

마지막으로 알아둘 것이 동시사망이다.

비행기 사고, 교통사고, 지진, 홍수 같은 사고로 가족 여러 명이 함께 사망했다.

그런데 누가 먼저 사망했는지 알 수 없다.

이때 문제가 생긴다.

상속에서는 누가 먼저 죽었느냐에 따라 재산의 흐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민법 제30조는 2명 이상이 동일한 위난으로 사망한 경우 사망의 선후를 알 수 없으면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면 두 사람 사이에서는 서로 상속이 일어나지 않는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함께 사망했다면?

예를 들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같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누가 먼저 사망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

동시사망으로 추정되면 아버지가 먼저 할아버지의 재산을 상속받고, 그 재산을 다시 자녀가 상속받는 구조가 되지 않는다.

두 사람이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한다.

그 대신 손주에게 대습상속 문제가 발생한다.

반대로 사망순서가 확인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할아버지가 먼저 사망하고 아버지가 그 뒤에 사망했다면 할아버지의 재산이 일단 아버지에게 상속된 후 다시 아버지의 상속인들에게 넘어가는 구조가 될 수 있다.

불과 몇 분 차이의 사망순서가 재산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출생과 사망을 왜 알아야 할까

상속에서는 재산만 보면 안 된다.

그 재산을 누가 받을 사람인지부터 확정해야 한다.

그 출발점이 출생과 사망이다.

태아가 있는가.

그 태아가 살아서 출생했는가.

배우자는 법률상 배우자인가.

누가 먼저 사망했는가.

실종선고라면 민법상 사망시점과 세법상 상속개시일은 각각 언제인가.

이것들이 정해져야 비로소 상속인이 정해지고 재산의 흐름이 결정된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세금과 함께 살아간다.

그런데 상속에서는 조금 더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상속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이미 사라진 사람의 사망일을 민법과 세법이 서로 다르게 보기도 한다.

상속은 결국 재산 이야기 같지만 그 출발점은 사람이다.

누가 태어났고, 누가 살아 있고, 누가 먼저 죽었는가.

상속은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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