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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02 · 서울청 조사 3국

9화. 내가 36년 간 본 가장 글로벌 했던 상속(3)

2026.09.21·약 4분

그 사람의 집은 어디였을까


피상속인을 거주자로 판단하면서 상속재산도 다시 정리했다.

국내 부동산 100억 원은 배우자가,

국내 주식 50억 원과 국내 금융재산 30억 원, 나스닥 주식 20억 원은 일본에 거주하는 큰아들이,

해외 부동산 50억 원은 미국에 거주하는 막내딸이,

미국 예금 30억 원은 한국에 거주하는 둘째 아들이 각각 상속받기로 협의된 상태였다.

여기서 하나만 짚고 넘어가자.

피상속인이 우리나라 상속세법상 거주자라면 국내에 있는 재산만 보는 것이 아니다.

국내외 모든 상속재산이 우리나라 상속세 과세대상이 된다.

피상속인이 어느 나라에서 사망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재산이 어느 나라에 있는지, 그 재산을 상속받는 사람이 한국에 사는지, 일본에 사는지, 미국에 사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지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나스닥 주식을 일본에 거주하는 큰아들이 상속받는다고 해서 그 재산이 우리나라 상속세 과세대상에서 빠지는 것은 아니다.

피상속인이 거주자로 판단됐기 때문에 국내외 모든 상속재산을 합쳐 상속세를 계산하게 된다.

이 내용을 내가 예전에 금융기관 PB 자격시험에 출제한 적이 있는데 거의 다 틀렸다.

그만큼 실무에서도 많이 헷갈리는 부분이다.

다시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그런데 둘째 아들이 기존 재산분할 내용을 뒤늦게 문제 삼았다고 한다.

막내에게 아버지가 20년 가까이 따로 돈을 보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였다.

“저는 막내 사정을 알고 나니까 이 분할, 다시 생각해야겠습니다.”

둘째 아들의 불만은 분명했다.

“막내는 이미 20년 동안 따로 받은 게 있잖아요. 그런데 상속은 또 이렇게 나눈다고요?”

그런데 둘째 아들은 정확한 사정을 모르고 있었다.

막내가 왜 미국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게 됐는지,

아버지가 왜 그 사실을 혼자 알고 있었는지,

그 돈이 어떤 의미였는지 알지 못했다.

결국 가족회의가 다시 열렸다.

그리고 막내딸이 처음으로 가족들 앞에서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았다고 한다.

“그 돈은… 내가 혼자 아이를 키워야 했던 몫이었어.”

한참 침묵이 흘렀다고 한다.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 배우자가 딸의 손을 잡았다.

“됐다. 이제 그만하자.”

그리고 한마디를 더 했다.

“아버지도 없는데 우리끼리 더 이러지 말자.”

그 말에 둘째 아들도 결국 고개를 떨구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에 있는 큰아들과는 조사 과정에서 확인할 일이 있어 몇 번 통화했다.

어느 날 큰아들이 이런 말을 했다.

“제가… 이혼 안 한다고 했으면 아버지가 그렇게 자주 안 오셨을 텐데요.”

잠시 말을 멈췄다.

“결국 저 때문에 돌아가신 것 같아 죄스럽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한동안 숨소리만 들렸다.

이 가족은 세 나라에 흩어져 살았다.

배우자는 평생 남편을 원망했고,

큰아들은 아버지가 자기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했고,

둘째 아들은 한국에서 아버지 사업을 도운 자신만 손해 봤다고 생각했고,

막내딸은 미국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그 사실을 20년 동안 가족에게 숨기고 살았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아버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 서로가 알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도 달랐을 것이다.

조사를 마무리할 무렵 배우자가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처음 만났을 때와 표정부터 달랐다.

“이상하죠.”

“뭐가요?”

“세금을 더 낸다는데 왜 저는 이게 위안이 될까요?”

무슨 뜻인지 몰라 배우자를 쳐다봤다.

그러자 배우자가 말했다.

“법이 그 사람 집은 여기였다고 인정해준 느낌이 드네요.”

순간 처음 만났을 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저는 30년을 이 집 지켰습니다.”

남편은 미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오랫동안 밖으로 돌았다.

배우자는 그런 남편을 평생 원망하면서도 집을 지켰다.

그런데 세법상 거주자를 판단하기 위해 국내 자택, 배우자, 사업, 재산, 사회보장 관계와 해외 체류 이유까지 하나씩 확인하고 나니 결국 그 사람의 생활 근거는 한국에 있다고 판단됐다.

체류일수 170일.

숫자만 보면 비거주자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람의 삶은 숫자 하나만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미국에는 아무도 몰랐던 딸과 손주가 있었고,

일본에는 이혼하려는 큰아들의 가정을 붙잡으러 다녔고,

한국에는 30년 동안 남편을 원망하면서도 끝내 그 집을 떠나지 않은 배우자가 있었다.

수없이 많은 상속을 보면서도 이런 사건을 만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가족은 뭘까.

그리고 돈은 뭘까.

그 질문은 수도 없이 던져봤지만,

아직도 답은 못 찾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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