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한 번도 들어오지 않고 싸웠다
결국 그 유언장은 효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필체 감정에서는 아버지 필체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소견이 나왔다.
작성 시점도 아버지의 인지능력이 상당히 떨어져 있던 시기와 겹쳤다.
동생이 누나를 상대로 문제 삼았던 생활비 문제도 처음 생각했던 방향으로만 흘러가지는 않았다.
누나 쪽에서는 그동안 아버지를 부양했던 사실과 관련 자료를 제시했고,
특별한 부양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기여분 문제까지 함께 주장하는 방향으로 대응했다.
처음에는 동생이 공격했다.
유언장을 내밀었다.
“아버지 재산은 전부 내 것이다.”
그리고 누나에게는 오히려 아버지 돈을 가져다 쓴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런데 유언장의 진위를 확인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필체를 확인했다.
아버지의 당시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병원 기록을 살펴봤다.
누나가 아버지를 어떻게 부양했는지도 다시 정리했다.
하나씩 자료를 맞춰가면서 사건의 방향이 바뀌었다.
미국에 있는 누나는 한국에 한 번도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기억하는 이 사건의 또 하나 특이한 점이다.
누나는 소송 과정에서 한국에 한 번도 들어오지 않았다.
미국에서 대응했다.
시차 때문에 새벽에 화상 상담을 했다.
필요한 서류는 국제특송으로 주고받았다.
한국에서 필요한 절차는 위임받은 전문가들이 진행했다.
그렇게 몇 달을 버텼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정당한 몫을 받을 수 있었다.
마지막 소식을 전하면서 누나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동생이 처음부터 이럴 사람이 아니었는데, 재산 앞에서 사람이 이렇게 변하는구나 싶었어요.”
상속 사건을 오래 하다 보면 비슷한 말을 정말 많이 듣는다.
부모가 살아 있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던 형제자매들이 부모가 돌아가시고
재산을 나누기 시작하면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 사건도 그랬다.
유언장 한 장에서 시작됐다.
그 유언장이 진짜였다면 재산을 잃을 수도 있었다.
더구나 본인은 미국에 있었다.
처음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제대로 대응조차 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거리가 아니었다.
유언장이 어떻게 작성됐는지.
실제 아버지의 의사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할 자료가 있는지.
그걸 하나씩 확인해나간 사건이었다.
멀리 있다고 다 뺏기는 것은 아니다.
증거를 제대로 갖추면 바다 건너에서도 싸울 수 있다.
누나는 참 억울해하고 침통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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