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내민 유언장
세무법인 STC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 미국에서 전화 한 통이 왔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동생이 유언장을 들고 와서 재산을 전부 자기가 받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유언장이 뭔가 이상하다고 했다.
아버지 필체와 달랐다.
도장도 낯설었다.
‘위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더 황당한 일은 그다음에 벌어졌다.
동생이 오히려 역공을 해온 것이다.
“누나가 아버지랑 같이 살면서 생활비 쓴 거, 그것도 다 부당하게 가져간 거 아니냐.”
유언장이 위조됐다고 의심하고 있던 사람이 순식간에 오히려 돈을 가져간 사람으로 몰린 것이다.
문제는 누나가 미국에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장 한국에 들어오기도 어려웠다.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당사자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유언장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어떻게 가릴까?
우선 유언장 자체부터 살펴봐야 했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이라면 민법에서 정한 형식을 갖춰야 한다.
유언자가 전문,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쓰고 날인해야 한다.
유언은 사람이 사망한 뒤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때 가서 본인에게 진위를 물어볼 수 없다.
그래서 법에서도 그 형식을 엄격하게 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는 유언장의 형식만 볼 문제가 아니었다.
몇 가지를 함께 확인해야 했다.
첫째.
유언장을 작성할 당시 아버지가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결정할 수 있는 상태였는가.
인지능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였다면 작성 당시의 병원 진료기록 등이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었다.
둘째.
유언장이 법에서 요구하는 형식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가.
자필증서라면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 등을 직접 쓰고 날인해야 한다.
셋째.
정말 아버지가 직접 작성한 것이 맞는가.
필체를 확인해야 했다.
도장도 대조해야 했다.
작성 당시 상황을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진술도 필요했다.
결국 유언장 한 장만 들여다보고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그 유언장이 만들어진 전후의 상황을 다시 맞춰봐야 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었다.
누나는 미국에 있었다.
동생은 한국에 있었다.
유언장도 한국에 있었다.
병원 기록도 한국에 있었다.
싸워야 할 곳도 한국이었다.
그렇다면 미국에 있는 누나는 이 싸움을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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