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관이 물으면 바로 영수증이 나왔다
상속세 신고를 마치고 1년쯤 지났을 때였다.
서울청 조사3국에서 상속세 조사가 시작됐다.
상속재산이 350억 원 정도였으니 제대로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그런데 조사 기간 내내 맏아들의 두 아들이 소명자료를 빈틈없이 챙겼다.
추정상속재산 소명.
사전증여 소명.
이미 준비가 돼 있었다.
조사관이 아버지가 상속개시 전 2년 이내 출금한 내역을 물으면 바로 용도와 관련 자료가 나왔다.
증여로 의심할 만한 이체 건을 물으면 그 돈을 왜 보냈는지 사유가 정리돼 있었다.
필요한 경우 영수증도 바로 나왔다.
할머니 상속 때는 달랐다.
“어머니가 주신 돈입니다.”
“어디에 썼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넘어갔다가 30억 원 넘는 세금을 추가로 냈다.
이번에는 달랐다.
한 번 당해봤으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것도 맏아들 혼자 준비한 것이 아니었다.
두 아들에게까지 미리 가르쳐놓은 것이다.
추징세액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결국 이 집안에서는 추징세액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추징세액이 나온 건 둘째 아들과 막내딸 쪽 정도였다.
맏아들 쪽은 평소 두 아들을 그렇게 철저하게 교육시킨 보람이 있었다.
조사가 끝난 뒤 맏아들이 두 아들과 함께 사무실에 다시 찾아왔다.
맏아들이 말했다.
“할머니 때 30억 더 낸 거 생각하면 지금도 아깝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애들이 그 덕분에 제대로 배웠으니 그걸로 위안 삼습니다.”
두 아들도 뿌듯한 표정이었다.
“조사받으면서 저희가 준비한 게 다 맞아떨어져서 신기했습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두 분은 이제 어디 가서 세무사 하셔도 되겠어요.”
다들 웃었다.
가장 오래 싸웠지만, 가장 수월했던 조사
참 묘한 상속이었다.
재산분할을 놓고 삼남매가 3개월을 싸웠다.
각자의 배우자들까지 나섰다.
오래 묵혀뒀던 형제간의 서운함까지 터져 나왔다.
막내딸은 상속 과정에서 남편과의 갈등이 커져 결국 이혼소송까지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상속세 조사는 너무나 수월했다.
모친상속 때 몰라서 30억 원 넘게 추가로 냈던 경험 때문이었다.
그때 맏아들이 한 말이 기억난다.
“몰라서 당하는 세금이 제일 억울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상속을 준비했다.
사소한 거래도 기록했다.
자료를 남겼다.
그리고 그걸 자기 아들들에게까지 가르쳤다.
모친상속 때 추가로 낸 30억 원은 분명 아까운 돈이었다.
하지만 그 경험이 다음 상속에서는 제대로 된 준비로 이어졌다.
우리 법인에서 맡았던 상속 중 재산분할 때는 가장 오래 진통을 겪었지만, 가장 수월하게 조사를 받은 사건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사건을
내가 36년 간 본 가장 완벽했던 상속
중 하나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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