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짜리 수업료
세무법인 STC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 상속세 의뢰가 들어왔다.
상속인 중 맏아들이 자기 아들 둘을 데리고 사무실에 왔다.
“저희 상속세 신고와 조사 좀 맡아주십시오.”
두 아들도 밝게 인사를 했다.
“아드님들도 데려오셨네요?”
약간 이례적이었다.
맏아들이 웃으면서 말했다.
“산 교육이죠. 상속이 얼마나 무서운지 지금부터 배워둬야 나중에 지들도 안 당합니다.”
맏아들은 이미 모친상속으로 훈련이 돼 있었다.
그 얘기부터 들어봤다.
몇 년 전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셨을 때의 일이었다.
“그때는 저희가 세금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신고만 하면 끝나는 줄 알았죠.”
그런데 상속세 조사가 시작되자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조사관이 과거 거래 내역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생전에 손주들에게 넣어준 돈.
자식들에게 이체해준 돈.
상속개시 전 2년 이내 인출한 돈.
사전증여와 추정상속재산 문제가 줄줄이 나왔다.
“그때 저희는 그냥 ‘어머니가 주신 거니까요’ 이렇게만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하나도 소명이 안 되는 거였어요.”
증빙도 없었다.
용도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결국 그 문제들로 세금이 30억 원 넘게 더 나왔다고 했다.
맏아들은 그때 딱 깨달았다고 했다.
“몰라서 당하는 세금이 제일 억울하더라고요.”
그리고 다짐했다.
‘다음 상속은 절대 이렇게 안 당한다. 사소한 것 하나도 다 기록해놓는다.’
이번에는 아버지 상속이었다
이번 상속재산은 훨씬 컸다.
부동산 약 200억 원.
금융자산 약 150억 원.
상속인은 맏아들, 둘째 아들, 막내딸.
모두 합하면 약 350억 원이었다.
나는 물었다.
“협의분할은 어떻게 되어 갑니까?”
맏아들이 자신 있게 웃었다.
“걱정 마십시오. 제 동생들은 제 말 잘 듣습니다.”
“네, 그래도 쉽게 생각하지 마시고 잘 처리하시기 바랍니다. 재산분할 완료되면 자료 준비해서 오시지요.”
그런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째, 예감이 별론데.’
아니나 다를까.
얼마 후 맏아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다시 찾아왔다.
“협의가 좀 틀어졌습니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한마디를 덧붙였다.
“배우자들까지 나서서요.”
그때부터 이 집안의 진짜 상속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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