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정말 세금을 매기기 싫을 때가 있었다
배우자는 시부모님 이야기를 하면서 또 울었다.
두 노인은 아들이 갑자기 죽은 뒤 계속 마음고생을 했다고 한다.
아들은 피살됐다.
남은 며느리와 어린 손녀는 조직 사람들의 협박을 받았다.
둘째 아들은 형의 상속재산 가운데 20억 원을 받아 사업을 한다며 나갔다가 전부 잃고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 세무조사까지 받고 있었다.
배우자의 말로는 시부모님이
‘이제 정말 집안이 완전히 망했다.’
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두 분이 함께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배우자는
“두 분이 너무 불쌍하다.”
며 또 한참을 울었다.
나도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
괜히 죄책감까지 들었다.
물론 세무조사는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세금도 법에 따라 부과해야 했다.
그런데 사람의 일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았다.
상사들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날 이야기를 다시 보고했다.
팀장님과 과장님도 한동안 말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또 같은 이야기를 했다.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좀 찾아봐.”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나도 알았다.
세금을 안 매길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조사관이 마음대로 세금을 깎아줄 수도 없다.
다만 법에서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조금이라도 이 가족에게 도움이 될 방법이 없는지 끝까지 한번 살펴보라는 뜻이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조사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배우자 명의 부동산의 자금출처 문제.
시동생에게 넘어간 20억 원.
남편이 생전에 인출했지만 사용처를 밝히기 어려웠던 거액의 자금.
그 밖에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여러 문제.
세금은 많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남아 있는 재산을 모두 합쳐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조사관도 사람이다
국세청 조사국에서 오래 근무하다 보면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난다.
세금을 숨기려고 거짓말하는 사람도 있고, 조사관을 속이려고 서류를 만들어오는 사람도 있다.
끝까지 재산을 감추면서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을 조사할 때는 별다른 감정이 들지 않는다.
찾아내고, 확인하고, 법에 따라 세금을 매기면 된다.
그런데 가끔은 그렇지 않은 사건이 있다.
세금은 분명히 나와야 하는데 마음은 자꾸 다른 곳으로 가는 사건.
이 사건이 그랬다.
남편은 갑자기 피살됐다.
평소 남편이 현금을 어디에 썼는지 배우자가 알 방법도 많지 않았다.
조직 사람들에게 협박까지 받았다.
시동생에게 넘어간 20억 원은 사라졌다.
상속받은 코스닥 주식은 휴지가 됐다.
그리고 결국 시부모님까지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세금은 세금이었다.
조사관인 나는 법에 따라 세금을 매겨야 했다.
가끔은 정말 세금을 매기기 싫을 때가 있었다.
내가 36년간 본 상속 가운데 가장 슬펐던 상속을 하나만 꼽으라면, 아마 이 사건이 먼저 떠오를 것 같다.
오래전 사건인데도 기억을 더듬어 글을 쓰고 있으니 그때 그 배우자가 조사국에 앉아 계속 울던 모습이 다시 생각난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마음이 별로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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