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1월 초에 이렇게 많이 돌아가셨지?
서울청 조사3국에 있을 때 일이다.
아마 2000년쯤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지금처럼 상속세 조사를 바로바로 하지 않고 2년, 3년, 심한 경우에는 4년이나 지나서 조사를 하기도 했다. 조사가 많이 밀려 있기도 했다.
이 사건도 1997년 귀속 상속세 신고서를 2000년쯤 받아 검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나는 선임반에 있었다.
우리 과로 배정된 전체 상속세 신고서를 갖다 놓고 조사반별로 사건을 배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7개 반에 3~4건씩 배정해야 했으니 거의 30여 건의 신고서를 하나씩 넘겨보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서 같이 신고서를 보던 반장님이 한마디 했다.
“아니, 무슨 노인네들이 단체로 여행 가다 사고라도 났나. 뭐 이리 1월 초에 많이들 돌아가셨냐.”
처음에는 웃어넘겼다.
그런데 순간 이상한 생각이 스쳐 갔다.
‘어? 정말 그러네?’
신고서를 다시 하나씩 넘겨봤다.
1월 1일.
1월 2일.
1월 3일.
30여 건의 상속 사건 가운데 10여 건의 상속개시일이 1월 초에 몰려 있었다.
많다면 많고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면 별거 아닐 수도 있었다.
그래도 좀 이례적이었다.
우리는 궁금한 걸 잘 못 참았다.
확인을 해봐야 했다.
1997년 1월 1일, 무엇이 달라졌을까?
1997년 상속세 세법 개정 내용을 살펴봤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오는 항목 하나가 있었다.
배우자공제.
배우자공제는 배우자의 법정상속지분에 해당하는 금액, 실제 배우자가 상속받은 금액, 법에서 정한 한도 등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그런데 1997년부터 이 한도가 크게 달라졌다.
1996년에 발생한 상속은 배우자공제 한도가 10억 원이었다.
그런데 1997년 1월 1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는 한도가 30억 원으로 올라갔다.
무려 20억 원 차이다.
극단적으로 생각해보자.
1996년 12월 31일 밤 11시 59분 사망
→ 배우자공제 한도 10억 원
1997년 1월 1일 새벽 0시 1분 사망
→ 배우자공제 한도 30억 원
불과 2분 차이다.
그런데 배우자공제 한도는 20억 원이나 차이가 난다.
당시 최고세율을 단순하게 적용해보면 세금 차이도 상당했다.
그리고 상속세 신고서에는 피상속인의 사망일을 확인할 수 있는 사망진단서가 첨부돼 있었다.
그 사실을 확인하고 나니 조금 전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던 신고서들이 전부 정상으로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설마…….’
합리적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을 찾을 방법이 없었다.
딱 그 상황이었다.
신문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하루 이틀을 고민했다.
그러다가
‘에잇, 모르겠다.’
하고 돌아서는데 신문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는 막 인터넷 시대가 시작되려던 무렵이었다.
현실은 여전히 종이신문 시대였다.
종이신문 세대는 기억할 것이다.
신문 끄트머리쯤에 부고란이 있었다.
유명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부자들도 꽤 이용했던 것 같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사망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면?’
그리고 바로 다음 생각이 따라왔다.
‘아무리 날짜를 다르게 적었어도 장례는 제대로 치렀겠지?’
그렇다면 신문 부고란 어딘가에 흔적이 남아 있을지도 몰랐다.
나는 5대 일간지와 스포츠신문 몇 개를 구하기 시작했다.
1996년 12월 25일 정도부터였다.
피상속인 이름은 엑셀로 가나다순으로 정렬해놓고 신문 부고란과 하나씩 대조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무식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해볼 만한 방법이었다.
사실 큰 기대도 하지 않았다.
하나만 찾아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는 내 예상과 전혀 달랐다.
하나가 아니었다.
세 개나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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