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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02 · 서울청 조사 3국

29화. 내가 36년 간 본 최고로 재미있었던 상속(2)

2026.09.30·약 3분

“배우자공제 때문이죠?”

당시에는 금융기관에 일괄 금융조회를 해놓으면 회신이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300개 정도 금융기관에 일괄조회를 해놓고 기다리는 동안 나는 상속세 신고서를 계속 검토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세무사님과 상속인인 아들이 소명하러 조사관서에 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갑자기 훅 들어갔다.

“그런데 아버님이 아주 느지막이 새장가를 가셨네요?”

툭 던져놓고 아들의 표정을 살폈다.

역시 움찔했다.

눈이 자꾸 초점을 잃고 방황하더라. ㅋㅋ

나는 바로 2차 공격에 들어갔다.

“배우자공제…… 이거 때문이죠?”

이번에는 조금 더 날카롭게 다그쳤다.

아들은 고개를 떨구고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더니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맞긴 한데요…… 참내.”

그리고 그때부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는 그 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정말 웃겨 죽는 줄 알았다.

조사관이 낄낄거리며 웃을 수도 없고 티 안 내느라 혼났다. ㅋㅋ

사연은 이랬다.

아버지는 평소 혼자 살고 있었다.

그런데 아들과의 사이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아버지는 아들이 자기 재산만 노리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재산을 끝까지 쥐고 있다가 안 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아버지가 좀 이상해졌다.

노인학교 비슷한 모임에 나간다는데 전보다 훨씬 말끔하게 차려입고 멋도 부리기 시작했다.

아들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어느 날 조용히 아버지를 따라가 봤다.

그곳에서 한 할머니를 발견했다.

곱게 나이가 든 할머니였다.

그런데 두 사람이 아주 다정하고 행복해 보였다는 것이다.

아들은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얼마 후 세무사 친구와 저녁을 먹다가 이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친구가 농담처럼 한마디를 던졌다.

“야, 그러다 아버지가 그 할머니한테 폭 빠져서 재산을 다 물려준다고 유서라도 쓰면 어쩔래?”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 아들은 잠을 제대로 못 자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평소 자신과 사이도 좋지 않은데 할머니가 모든 것을 받아주고 챙겨주니 정말 혹해서 재산을 물려준다는 유언이라도 남기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세무사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배우자 상속공제 이야기가 나왔다.

법률상 배우자가 실제로 상속받으면 일정한 범위에서 배우자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고 최대 30억 원까지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아들의 머릿속에서 이상한 계산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저 할머니에게 재산을 넘겨주는 게 걱정된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저 할머니가 법률상 배우자가 되면 배우자공제를 받을 수도 있다.

불안과 절세가 한꺼번에 머릿속에서 섞여버린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아들은 결국 결심했다.

아버지가 좋아하던 그 할머니를 직접 찾아갔다.

그런데 그가 할머니에게 처음 꺼낸 말이 정말 황당했다.

“저…… 제 어머니가 돼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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