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이 넘은 아버지의 재혼
서울청 조사3국에 있을 때 일이다.
상속 사건을 하나 받았는데 처음에는 뭐 별거 없어 보였다.
상속재산은 100억 원.
피상속인은 아버지였고 상속인은 배우자와 아들 하나였다.
나는 상속세 조사를 시작하면 습관적으로 가계도부터 그렸다.
가족관계증명서를 먼저 검토해 특수관계인과 주변인을 파악해야 자금 추적을 할 때 사전증여 여부 등을 찾아내기가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족관계증명서를 확인하다가 이상한 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재혼을 한 것이다.
그것도 팔순이 넘어서였다.
나는 또 호기심이 발동했다.
조사관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은 사실 하나가 자꾸 눈에 걸릴 때가 있다.
뭔가 있다는 생각에 촉이 막 살아나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설레기도 했다. ㅋ
상속세 신고서를 다시 자세히 들여다봤다.
역시 배우자공제를 30억 원 받았다.
그리고 새로 배우자가 된 할머니에게 현금 30억 원을 상속했다.
상속세 납부자금도 확인해봤다.
전체 상속세가 약 25억 원이었는데 그중 약 15억 원은 배우자가 상속받은 자금에서 납부했고, 나머지 10억 원은 아들 계좌에서 납부했다.
잠깐 상속지분을 계산해보자.
상속재산 100억 원에 배우자와 아들 한 명이라면 법정상속분은 어떻게 될까?
1순위 상속인인 직계비속 아들과 배우자가 공동상속인이 된다.
배우자의 상속분은 아들의 상속분에 50%를 가산한다.
따라서
배우자 : 아들 = 1.5 : 1
이다.
상속재산이 100억 원이라면 단순 계산으로
배우자 : 100억 원 × 1.5/2.5 = 60억 원
아들 : 100억 원 × 1/2.5 = 40억 원
이 된다.
배우자는 실제로 30억 원을 상속받았다.
배우자 상속공제의 법정 한도와 30억 원의 한도를 고려하면 이 사건에서는 배우자공제 30억 원을 적용해 신고한 것이다.
재산가액이 100억 원이고 배우자와 금융자산이 있는 이 사건에서는 일괄공제 5억 원, 배우자공제 30억 원, 금융재산 상속공제 등을 적용해 신고했다.
그런데 나는 자꾸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팔순이 넘은 아버지가 왜 하필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재혼을 했을까?
정말 늦게 찾아온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걸까?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리뷰 0
이야기를 읽고 느낀 점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