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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02 · 서울청 조사 3국

27화. 내가 36년 간 본 가장 씁쓸했던 상속(3)

2026.09.29·약 4분

650억을 두고 남은 것

조사는 결국 마무리 단계로 들어갔다.

친딸에게 흘러간 사전증여재산은 상속세 계산에 반영됐다.

사위 명의로 흘러간 자금도 별도의 증여세 문제가 됐다.

특히 사위에게 흘러간 자금은 조금 민감했다.

이 돈을 실제로 누구의 재산으로 볼 것인지,

실질적인 증여로 볼 것인지,

명의만 빌린 것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세금의 처리방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에서는 관련 자금의 흐름과 사실관계를 검토해 사위에 대한 사전증여로 처리했다.

상속인 외의 사람에게 증여한 재산이라도 상속개시 전 일정 기간 이내의 증여재산은 상속세 과세가액에 다시 가산될 수 있다.

그렇게 증여세와 상속세 문제가 함께 정리됐다.

가산세까지 포함하니 추가로 나온 세금도 수십억 원 단위였다.

이미 유언장은 소송에서 효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상속재산분할 문제도 겪었다.

거기에 사전증여와 사위에게 흘러간 자금까지 세무조사에서 드러났다.

650억 원이라는 큰 재산이었지만 소송과 세금 문제가 겹치면서 집안의 재산도 상당 부분 흔들렸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 사건을 지금까지 기억하는 이유는 세금 때문만은 아니다.

“결국 별거에 들어갔다고 하더라고요.”

조사가 거의 마무리될 무렵이었다.

양자 쪽 세무사님이 마지막으로 이 집안의 근황을 전해줬다.

“소송 끝나고 나서 친딸 부부가 많이 흔들렸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그냥 듣고 있었다.

“사위분도 이번 일로 많이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이런 말을 했다.

“결국 별거에 들어갔다고 하더라고요. 이혼 준비한다고…….”

재산을 지키려다가 정작 자기 가정이 무너진 셈이었다.

세무사님이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도 해줬다.

양자가 했다는 말이었다.

“아버지가 저를 자식으로 생각해주신 것만으로 충분했는데, 재산 앞에서 사람이 이렇게까지 변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저도 씁쓸합니다.”

그리고 한마디를 더 했다고 한다.

“그 아이가 조금만 저를 오빠처럼 대해줬어도, 이렇게 안 했을 겁니다.”

그 말을 듣는데 나도 마음이 씁쓸했다.

정말 양자라서 벌어진 일이었을까?

그런데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양자라서만 그랬을까?

나는 상속세 조사를 하면서 친형제끼리도 죽일 듯이 싸우는 모습을 많이 봤다.

조금이라도 더 가지려고 소송하고,

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 형제들이 서로 등을 돌리고,

결국 절연한 채 살아가는 경우도 봤다.

그러니 이 사건을 단순히

‘양자와 친딸의 싸움’

이라고만 보기는 어려웠다.

650억 원의 상속재산을 두고 벌어진 싸움이었다.

유언장을 놓고 소송했다.

소송에서 유언장의 효력이 부정됐다.

그리고 상속세 조사가 시작되자 과거의 사전증여재산이 드러났다.

사위에게 흘러간 돈까지 나왔다.

세금도 수십억 원이 추가됐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친딸 부부의 관계까지 무너지고 있었다.

그 많은 돈을 지키려고 그렇게 싸웠는데,

결국 남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이 사건을 오래 기억하는 이유

상속재산은 650억 원이었다.

평생을 살아도 만져보기 어려운 큰돈이다.

그런데 고인이 평생 그렇게 재산을 모은 이유가 가족들이 자신의 사후에 서로 소송하고 절연하라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재산을 남긴다는 것은 단순히 돈만 넘겨주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 재산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어떻게 지켜왔는지,

그리고 그 재산을 가족들이 어떻게 이어갔으면 하는지까지 함께 남기는 일일 것이다.

내가 상속 일을 오래 하면서 느낀 것은 하나다.

상속이 잘못되면 재산만 나누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가족까지 갈라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나는 재산을 얼마나 남길 것인가만큼이나,

그 재산을 남기면서 가족에게 무엇을 함께 남길 것인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사건이 내가 서울청 조사3국에서 본 수많은 상속 가운데 지금까지도 가장 씁쓸하게 기억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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