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이 끝나자 세무조사가 시작됐다
유언장을 둘러싼 소송은 끝났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우리가 볼 차례였다.
상속세 조사다.
나는 양자에게 말했다.
“이런 경우 저희가 사전증여라든지, 추정상속재산 소명이라든지 조사 과정에서 나오는 내용들을 어디까지 공유해야 하는지 걱정입니다. 그래서 친딸분도 좀 뵈어야 할 것 같거든요.”
양자가 대답했다.
“네. 그런데 지금 딸도 소송과 부부간의 불화로 좀 지친 듯합니다. 저희에게 상속조사 관련해서는 일임을 했어요. 확인해보시면 아실 겁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상속인들끼리 극심하게 다투고 있는 사건은 조사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한쪽에서 확보한 자료를 다른 쪽에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지 신경 써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나는 신고서와 관련 자료를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가지에 집중했다.
첫 번째는 친딸에게 흘러간 사전증여재산이었다.
10년간 친딸 계좌로 들어간 돈
금융거래내역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10년 동안 친딸 명의 계좌로 여러 차례 거액의 자금이 흘러간 흔적이 나왔다.
그런데 증여세 신고는 한 번도 없었다.
다행히 이 부분은 상속인들에게도 전혀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다.
유언장 무효소송을 하면서 혹시 소송에서 질 경우에 대비해 유류분 문제까지 검토해놓았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재산내역을 이미 파악해놓은 상태였다.
양자 쪽에서는 유능한 상속전문 변호사를 선임해 상당히 철저하게 준비했던 것 같았다.
양자와 친딸은 사실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양자 쪽에서는 유류분과 양자의 상속권 등 기본적인 법률관계를 이미 상당 부분 검토해놓았다.
내가 별도로 설명하지 않아도 변호사가 정리한 자료를 가져왔다.
“저희 소송 과정에서 정리된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 내역입니다. 참고하시면 조사가 좀 수월하실 겁니다.”
이런 경우는 오히려 고맙다.
서로 내용을 알고 있으니 이야기가 빨리 진행된다.
다만 한 가지는 구분해야 했다.
민법상 유류분을 계산하기 위한 기초재산과 상속세법상 상속세 과세가액에 가산하는 사전증여재산은 완전히 같은 개념이 아니다.
그래서 말했다.
“변호사님이 정리하신 유류분 기초재산은 참고하되, 상속세는 저희가 따로 산정하겠습니다.”
세무사님도 바로 인정했다.
“네. 그 두 개가 완전히 같은 게 아니라는 건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첫 번째 문제는 비교적 순조롭게 정리됐다.
그런데 소송자료를 계속 살펴보다가 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친딸이 아니었다.
사위였다.
대학교수 사위 명의의 부동산
사위 명의로 취득한 부동산 몇 건이 눈에 들어왔다.
이상했다.
대학교수인 사위의 소득 수준과 비교해보니 부동산 취득자금의 규모가 잘 맞지 않았다.
자금출처를 따라가 봤다.
아버지 계좌에서 돈이 나갔다.
그 돈이 친딸을 거쳤다.
그리고 다시 사위 계좌로 들어갔다.
그 자금으로 부동산을 취득한 흔적이 나타났다.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양자 쪽에서도 이 내용까지는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았다.
가족 간 소송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나는 조금 민감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위를 따로 불렀다.
자료를 앞에 놓고 물었다.
“이 자금은 어떻게 된 겁니까?”
사위의 표정이 굳었다.
“아, 이거 제가 자세히는 몰랐던 부분입니다. 아내가 처리한 거라서요.”
다시 물었다.
“자기 명의 계좌인데 정말 모르셨습니까?”
사위가 대답했다.
“그때는 그냥 아내가 하라는 대로 서명만 했습니다. 저는 재산 관련해서는 거의 관여를 안 했거든요.”
대학교수인 본인도 자기 명의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상당히 당혹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병환이 시작되고 정신이 오락가락하자 아내가 재산을 마음대로 정리하려고 했던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유언장만 문제가 아니었다.
친딸에게 흘러간 거액의 자금.
그리고 다시 사위 명의로 흘러간 돈.
소송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또 다른 재산 문제가 상속세 조사에서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돈을 누구의 재산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세금 문제도 달라질 수 있었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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