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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02 · 서울청 조사 3국

24화. 내가 36년 간 본 가장 황당했던 상속(3)

2026.09.29·약 3분

채권 뒤에 찍혀 있던 고무인

상속인이 가져온 채권 실물을 하나씩 확인했다.

그런데 당시 이 채권에는 아주 중요한 실무절차가 있었다.

이 채권으로 상속·증여세 등의 특례를 적용받을 때는 같은 채권이 반복해서 세제상 혜택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한 확인절차가 필요했다.

내 기억으로는 채권 실물 이면에 세무서에서 특례 적용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표시를 하고, 관련 내용을 대장으로 관리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누군가 한 번 세금 혜택을 받은 채권을 시장에서 다른 사람에게 팔고,

그 사람이 다시 같은 채권으로 또 세금 혜택을 받고,

다시 팔아서 또 혜택을 받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채권 실물을 확인하면서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생각했다.

‘상속세 신고하면서 세무서에서 확인받아 온 모양이구나.’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나는 상속인에게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해당 세무서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가 지금 확인하고 있는 채권이 있는데요. 이 채권에 세금 면제 관련 확인을 해준 기록이 있습니까?”

직원이 대장을 확인했다.

잠시 뒤 답이 돌아왔다.

“요즘 그런 채권이 좀 들어오는데요.”

그리고 이어진 한마디.

“말씀하신 채권은 대장에 해당 기록이 없습니다.”

“예?”

나는 다시 확인했다.

몇 번을 확인했다.

기록이 없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던 문제들이 갑자기 정리되기 시작했다.

채권 구입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가.

대금 지급일인가, 실물 인도일인가.

액면가 300억 원만 인정할 것인가.

프리미엄을 포함한 400억 원을 인정할 것인가.

그 문제들을 가지고 며칠 동안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먼저 봐야 할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나왔다.

‘아, 이제 쟁점 없이 처리할 수 있겠구나.’

내 기억으로 당시 계산한 추징세액은 약 280억 원이었다.

이미 한 번 사용된 채권

문제는 간단했다.

상속인이 명동 사채시장에서 급하게 사온 채권 가운데 세제상 특례를 다시 적용받을 수 없는 채권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 이미 그 채권으로 특례를 적용받았다면 동일한 채권으로 다시 같은 혜택을 받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이 가족은 그런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프리미엄까지 주고 채권을 사온 것이었다.

400억 원이 걸린 거래였다.

그것도 아버지가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상황에서 몇 시간 안에 처리해야 했다.

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금 수백억 원을 아끼려고 한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

나는 상속인에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이 채권은 상속세가 면제되지 않는 채권입니다.”

상속인은 거의 뒤로 넘어갈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명동 사채업자를 찾아가는 것 같았다.

당시에는 이런 채권을 둘러싸고 정말 별별 일이 많았다.

명동에서 구입한 채권이 위조채권이었다는 이야기가 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28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채권 이름과 그날의 상황이 기억날 정도다.

400억 원.

상속세 수백억 원.

아버지가 사망한 바로 그날 이루어진 거래.

그리고 마지막에 모든 것을 뒤집어버린 채권 실물의 확인.

내가 36년 동안 수많은 상속을 봤지만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는 이유다.

참 이래저래 시끄러웠던 채권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이런 채권이 다시 발행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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