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제 돈이 아니잖아요.”
그 소식이 알려지고 나서는 다른 형제들도 더 이상 아이 엄마를 괴롭히지 않았다고 한다.
괜히 재산 문제에 엮였다가 수사를 받을까 봐 몸을 사린 것이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구속된 조카가 이런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이 회사가 회장님 혼자 일군 게 아니다.”
“우리 아버지도, 나도 평생 회사를 위해 일했다.”
“그런데 회장님은 전부 아들에게만 물려주려고 했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다가 아이 엄마가 나에게 물었다.
“혹시 나중에라도 우리 아이에게까지 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되죠? 저는 그게 제일 무섭습니다.”
그럴 만도 했다.
남편은 이미 죽었고, 자신은 임신한 몸으로 협박과 미행까지 당했으니까.
나는 상속관계에 대해 설명해줬다.
아이가 잘못되더라도 그 재산이 곧바로 회장님 형제들에게 넘어가는 구조는 아니라는 취지였다.
그러니 지금은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아이를 잘 지키고 키우시라고 했다.
한참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저는 처음에는 상속 같은 건 몰랐어요.”
“그냥 이 아이하고 무사히 살아갈 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회사에는 아버님 형제분들과 그 자녀들이 너무 많았으니까요.”
“저는 아무 권리도 없잖아요. 그래서 아이를 어떻게 지켜야 할지도 몰랐어요.”
“처음에는 이 재산이 무서웠어요.”
“왜요?”
“이 돈 때문에 그 사람이 죽었고, 이 돈 때문에 저까지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더니 잠시 있다가 말했다.
“그런데 이제는 생각을 바꾸려고요.”
“이건 제 돈이 아니잖아요.”
“아빠 없이 살아야 하는 우리 아이 돈이니까 제가 지켜줘야죠.”
회사는 당분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고, 아이가 성인이 되면 경영권을 넘기는 방향으로 유언대로 하기로 했다고 했다.
믿을 만한 변호사님이 자문역을 해주기로 했나 보다.
재산도 일정 부분 신탁으로 관리하도록 해놓았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걱정되는 부분이 있어서 한 가지는 이야기해줬다.
“쉽지는 않으실 겁니다.”
“회장님의 형제 일가들이 여전히 회사를 장악하고 있으니까요.”
유언장만 아니었다면 적당히 협의해서 재산을 일정 부분 챙기고 회사를 넘기는 게 오히려 엄마와 아이에게 행복한 선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건 내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니.
마지막으로 아이 엄마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회장님 이야기를 했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그러셨어요.”
“내가 반대했던 게 미안하다.”
“네가 내 손자를 지켜줬다.”
“고생했다, 아가.”
그리고 조용히 덧붙였다.
“그 말 한마디에 그동안 마음고생한 게 다 풀렸어요.”
나는 그동안 많은 상속을 봤다.
100억도 봤고, 500억, 1천억이 넘는 재산도 봤다.
형제들끼리 죽을 듯이 재산 싸움하는 것도 수없이 봤다.
그런데 이 상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건 금액이 아니었다.
혼인신고도 못 한 채 남편을 잃고,
임신한 몸으로 쫓겨 다니면서도 뱃속의 아이를 지켜낸 엄마.
그렇게 반대했던 며느리를 마지막에는 받아들이고 손자를 지켜준 할아버지.
그리고 회사를 차지하려고 결국 사람의 목숨까지 노렸던 사람들.
드라마에서는 자주 보던 내용들이 현실에서도 정말 일어난다는 게 잘 믿기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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