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를 지켜주세요. 회장님 유일한 핏줄이잖아요.”
협박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거액의 돈을 줄 테니 상속을 포기하고 물러나라는 회유도 있었고, 사람을 붙여 미행까지 했다고 했다.
한 번은 집 앞 골목까지 낯선 차량과 사람이 계속 따라붙었다고 한다.
“너무 무서워서 배를 잡고 뛰었어요. 간신히 파출소까지 가서 신고했어요.”
임신 8개월이었다.
만삭에 가까운 여자가 몇 번이나 거처를 옮겼다고 한다.
주소가 알려질까 봐 친정에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친구 집을 전전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기 엄마, 보통이 아니었다.
아마 아기를 살려야겠다는 모성애였을 것이다.
그 와중에도 계속 회장님을 찾아갔다고 한다.
자기를 받아달라는 게 아니었다.
“손자를 지켜주세요. 회장님 유일한 핏줄이잖아요.”
처음에는 회장님도 문조차 열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반대했던 여자였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회장님 집 앞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다가 여자가 그대로 쓰러졌다.
경비원이 놀라서 119를 불렀다.
그날 회장님이 처음으로 직접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결국 집안 며느리로 받아주기로 하고, 그날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회장님이 그동안 있었던 일을 알게 된 것이다.
임신한 여자가 협박을 받고,
미행을 당하고,
거처까지 옮겨 다니면서 자기 손자를 지키고 있었다는 사실을….
결국 회장님은 아기 엄마를 본가로 들였다.
그리고 경호원까지 붙였다.
사촌들 쪽에서 또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는 이유였다.
어느 날 회장님이 말했다고 한다.
“미안하다, 아가. 내가 심했다.”
“결국 이렇게 다 부질없는 것을…. 그게 이제야 보이는구나.”
그렇게 아이는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태어났다.
아들이었다.
회장님의 유일한 핏줄.
그런데 회장님의 잦은 병원 출입으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회장님이 며느리를 받아들였을 때는 이미 간암 말기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아들을 잃은 충격이 컸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병세는 빠르게 악화됐다.
회장님은 죽기 전에 유언까지 정리해 놓았다.
‘전 재산을 손자에게 남긴다. 손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회사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긴다.’
마지막 몇 달 동안은 며느리와 손자를 곁에 두고 살았다고 한다.
“손자 안고 계신 사진이 정말 많아요. 그렇게 결혼을 반대하셨는데 마지막에는 손자만 보고 사셨어요.”
회장님은 사망하기 며칠 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 아들 몫까지 네가 이 아이를 잘 키워다오. 너희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장님도 돌아가셨다.
여기까지라면 그냥 재산이 많은 집에서 벌어진 조금 특별한 상속사건으로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 전혀 의외의 사실이 하나 더 있었다.
먼저 죽은 아들의 교통사고.
단순 교통사고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고의적인 살인 쪽으로 혐의를 두고 다시 수사한다는 것이었다.
아들이 회사 전무였으니까 비서가 있었다.
그 비서가 사고 난 차량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평소 자신도 운전하면서 관리하던 차량이라 차 상태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폐차 직전의 차량을 다시 찾아 확인했다.
그런데 브레이크에 문제가 발견됐다.
정비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차량이었다.
경찰에 몇 가지 증거와 정황을 설명했고, 형사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블랙박스.
통신기록.
관련자 조사.
그리고 결국 회장님 조카 중 한 명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얼마 후 그 사촌이 구속됐다.
사고를 사주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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