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만 50억, 그리고 남겨진 며느리
상속세 신고서를 다시 검토했다.
문제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식을 줬다가 다시 돌려받는 과정을 다섯 번이나 반복했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증여재산의 반환에 대해 잠깐 보고 갈 필요가 있다.
증여받은 재산을 증여세 신고기한 이내에 돌려주면 원칙적으로 처음 증여와 반환 모두 증여로 보지 않는다.
신고기한이 지난 후 3개월 이내에 반환하면 처음 증여에는 세금이 붙지만, 반환에 대해서는 다시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3개월마저 지나 반환하면 처음 증여뿐 아니라 반환도 다시 증여에 해당할 수 있다.
물론 금전은 이 반환 특례에서 제외된다.
그런데 이 집은 세법을 계산해서 주식을 주고 돌려받은 것이 아니었다.
그냥 아버지가 화가 나면 돌려받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반환 시점이 신고기한을 훌쩍 넘긴 경우가 있었고, 그때마다 새로운 증여세 문제가 생겼다.
증여했다가 반환하고, 다시 증여했다가 또 반환했다.
세금이 겹겹이 쌓여갔다.
내가 계산하다가 담당 세무사님에게 말했다.
“세무사님, 지금까지 누적된 세금만 50억이 넘겠는데요.”
“50억이요?”
“네. 이번 건까지 포함하면요.”
세무사님도 한동안 계산서를 들여다봤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려고 주식을 줬다 돌려받기를 반복했는데, 그 과정에서 세금만 수십억 원이 생긴 셈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세금으로 끝나지 않았다.
아들을 잃은 뒤 부모님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하나뿐인 아들이었으니 당연했을 것이다.
아버지는 장례를 치르고 한동안 회사에도 나오지 않았고, 부모님 두 분 모두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
얼마 후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불렀다.
“평창동으로 이사 와라.”
“아버님, 저희 집이…….”
“본가 옆으로 와. 애도 우리가 봐줄 수 있고.”
며느리는 결국 평창동 본가 바로 옆으로 이사했다.
처음에는 그것뿐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회사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시아버지는 며느리에게 회사도 조금씩 배우라고 했다.
처음에는 형식적인 자리였다.
일주일에 며칠씩 회사에 나가는 정도였다.
그러다 조금씩 맡는 일이 생겼다.
며칠이 매일이 됐다.
어느 순간부터 아침이면 시아버지 차가 집 앞에 와 있었다.
같이 출근했다.
저녁이면 다시 같은 차를 타고 돌아왔다.
집은 시부모 바로 옆.
회사는 시아버지와 함께.
출근도 함께.
퇴근도 함께.
친구와 약속이 있는 날에는 미리 이야기를 해야 했고, 딸 학교 행사가 있으면 시간을 조정해야 했다.
하나씩 보면 별것 아닌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매일 반복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며느리의 하루에서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었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며느리가 딴생각 못 하게 아예 옆에 붙여놨구나.’
조사를 진행하면서 며느리를 직접 만났다.
상속인이니 소명 과정에서 대면할 일이 있었다.
처음에는 상속재산 이야기만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며느리가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시아버님 차 타고 같이 출근합니다. 퇴근도 같이 하고요.”
그러더니 울기 시작했다.
“제 개인 일정이라는 게 이제 없어요. 친구들도 함부로 못 만나요. 집이 감옥 같아요.”
내가 물었다.
“따님 학교 행사 같은 건요?”
“그것도 시아버님한테 미리 말씀드려야 겨우 시간을 조정해요.”
“따님은요?”
“딸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정말 예뻐하세요. 그런데 저는…….”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후 며느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남편하고 사이도 좋지 않았어요. 시부모님도 눈치채신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이런 말을 했다.
“제가 혹시라도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까 싶어 저러시는 것 같아요.”
한참 있다가 덧붙였다.
“제가 남편을 잃은 며느리인지, 아니면 이 집 재산을 관리하는 직원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말이 당시 며느리의 심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내가 물었다.
“회사 이사 업무는 실제로 하고 계신 겁니까? 아니면 형식적인 겁니까?”
며느리가 씁쓸하게 웃었다.
“처음엔 형식적인 자리였어요. 그런데 요즘은 진짜 회사 일을 다 저한테 넘기세요. 두 분 다 건강이 안 좋으시니까요.”
그 말을 듣고 나는 다시 이 집의 재산을 들여다봤다.
시아버지 약 700억 원.
시어머니 약 500억 원.
합계 약 1,200억 원.
외동아들은 이미 사망했다.
남은 사람은 며느리와 일곱 살 손녀였다.
그때부터 이 사건이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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