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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02 · 서울청 조사 3국

16화. 내가 36년 간 본 가장 애매한 상속(1)

2026.09.28·약 5분

며느리는 행복한가, 불행한가?


다섯 번의 증여와 반환


서울청 조사3국에 있을 때 이야기다.

어느 날 상속세 신고서 두 건이 나란히 배정됐다.

하나씩 살펴보다가 이상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증여. 반환. 증여. 반환. 또 증여. 또 반환.

같은 회사 주식이 아버지와 아들 사이를 계속 왔다 갔다 했다.

확인해보니 다섯 번이었다.

‘뭐야, 이 집은 주식을 줬다 뺏었다를 왜 이렇게 많이 한 거야?’

게다가 피상속인이 아들이었다.

상속재산은 약 150억 원.

상속인은 배우자와 일곱 살짜리 어린 딸이었다.

가족관계와 재산내역을 조금 더 들여다봤다.

아버지는 종로에서 사업을 하는 700억대 자산가였고, 어머니도 평창동에 500억대 재산을 가지고 있었다. 부동산과 법인 지분도 각각 따로 관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외동아들이 하나 있었다.

여기까지 보니 대충 느낌이 왔다.

‘이 집, 뭔가 사연이 있겠는데.’

담당 세무사님이 혼자 왔을 때 물었다.

“세무사님, 이 주식은 왜 이렇게 왔다 갔다 했어요? 무슨 사연이 있나 보죠?”

세무사님이 잠깐 숨을 고르더니 말을 시작했다.

“아드님이 어릴 때부터 사업에는 관심이 없고, 노는 데만 관심이 많았나 봐요.”

아버지는 6·25 때 혼자 남쪽으로 내려온 분이었다.

구두닦이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안 해본 일이 없었고, 단돈 100원 쓰는 것도 벌벌 떨 정도로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아버지는 가끔 아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나는 네 나이 때 100원이 아까워서 벌벌 떨었다.”

그러면 아들은 이런 식이었다.

“아버지 때하고 지금하고 같아요?”

아버지가 가장 듣기 싫어했을 말이었을 것이다.

평생 맨손으로 700억대 재산을 만든 사람과 태어날 때부터 그 재산 안에서 자란 외동아들.

애초에 돈을 바라보는 눈이 같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아버지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기가 만든 회사를 결국 아들이 이어받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년에 한 번씩 회사 주식을 증여했다.

그러다 아들이 사고를 치면 다시 돌려받았다.

“아버님이 화가 나시면 ‘너한테 안 맡긴다’ 하고 돌려받으셨어요. 그러다가 몇 년 지나면 또 마음이 약해지셔서 다시 주시고요.”

첫 번째는 아들이 20대 초반일 때였다.

회사에 다니는 척은 하는데 매일 술자리만 돌아다니다가 아버지에게 걸렸다.

주식 반환.

30대가 되어 다시 기회를 줬다.

이번에는 회삿돈으로 외제차를 몰래 리스했다가 걸렸다.

또 반환.

세 번째, 네 번째도 비슷했다.

증여.

사고.

반환.

몇 년 지나면 다시 증여.

“매번 아버님이 마음 아파하셨어요. 그래도 하나뿐인 자식이니까 다시 기회를 주신 거죠.”

그렇게 네 번이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다시 마음을 먹었다.

다섯 번째 증여였다.

아마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정신 차리겠지.’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이 차를 한 대 샀다.

빨간 스포츠카였다.

부모님에게는 비밀이었다.

일곱 살 딸에게도 단단히 입단속을 시켰다고 한다.

“이거 할아버지한테 절대 얘기하면 안 돼. 알았지?”

아마 딸도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그런데 일곱 살짜리에게 비밀을 맡긴 것이 문제였다.

며칠 뒤 가족들이 본가에 모였다.

아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앉아 있었고, 일곱 살 손녀가 할아버지 품으로 뛰어갔다.

“할아버지!”

그리고 신이 나서 말했다.

“할아버지! 아빠 이쁜 차 샀어요! 빨간색!”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

아들은 딸을 쳐다봤고, 아버지는 아들을 쳐다봤다.

“차?”

아들이 얼버무렸다.

“아버지, 그게…….”

“무슨 차야?”

결국 스포츠카를 샀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아버지가 폭발했다.

“내가 너 차 사라고 주식 준 줄 알아?”

아들도 할 말이 있었던 모양이다.

“제가 알아서 산 겁니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그 말이 더 기가 막혔을 것이다.

“네가 가진 게 어디서 왔는데 네가 알아서 해?”

아들도 그동안 쌓인 것이 있었는지 아버지에게 대들었다.

두 사람의 언성이 높아졌고, 결국 아들은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얼마 뒤 빨간 스포츠카도 집을 떠났다.

그게 아버지가 살아 있는 아들을 본 마지막이었다.

그날 오후, 아들은 그 차를 몰고 경기도 쪽 강변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아마 화가 나 흥분한 상태였던 것 같다. 속도도 상당히 냈던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몇 시간 뒤,

그 빨간 스포츠카가 마주 오던 트럭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아들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세무사님이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말을 멈췄다.

나도 한동안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 서류에서 다섯 번이나 반복되던 증여와 반환.

그게 갑자기 전혀 다르게 보였다.

아버지는 아들이 사고를 칠 때마다 주식을 돌려받았다.

그래도 몇 년 지나면 또 줬다.

또 사고를 치면 다시 돌려받았다.

그렇게 네 번을 반복했다.

그런데 다섯 번째는 달랐다.

아버지에게 다시 돌려받을 아들이 없어졌다.

그리고 그 주식은 결국 아들의 상속재산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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