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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02 · 서울청 조사 3국

15화. 내가 36년 간 본 가장 대박 난 상속(3)

2026.09.22·약 5분

20년을 지켜준 사람에게 남긴 100억

유언 영상을 계기로 오래전 부동산 문제가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피상속인이 생전에 주장했던 내용.

부모님의 상속재산을 나누는 과정에서 자신이 배제됐고, 본인이 받아야 할 부동산까지 형제들에게 넘어갔다는 이야기였다.

그동안은 이미 오래전에 지나간 가족 간의 분쟁처럼 보였다.

그런데 유언장을 둘러싼 소송 과정에서 그 문제가 다시 등장했다.

형사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형제들 쪽에서 합의를 제안했다고 한다.

결국 몇 달 동안 조정이 이어졌다.

100억 원을 이렇게 나눴다

최종적으로 형제 둘이 전체 재산의 3분의 1을 나눠 갖는 것으로 정리됐다.

100억 원을 기준으로 하면 약 33억 원.

각자 약 16억 원 남짓이다.

나머지 3분의 2.

60억 원이 넘는 재산은 PB에게 남았다.

20년 동안 고객으로 알고 지냈던 사람에게서 60억 원이 넘는 재산을 받게 된 것이다.

다행히 합의 이후에는 형제들의 압박도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민사적인 분쟁은 어느 정도 끝났다.

그런데 내 일은 그다음부터였다.

세금이었다.

가족이 아닌 사람이 재산을 받으면 세금은 어떻게 될까

PB는 피상속인의 법정상속인이 아니었다.

그러나 유언에 따라 재산을 받는 유증을 받은 사람이었다.

상속세는 법정상속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증으로 재산을 취득한 사람도 상속세 납세의무 문제가 발생한다.

형제들이 최종적으로 취득한 재산 역시 세법상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검토해야 했다.

나는 상속세 신고서를 준비하면서 PB에게 설명했다.

“선생님은 법정상속인이 아닌 분이 유증으로 재산을 취득하신 경우라 상속세 부담 구조도 형제분들과 다를 수 있습니다.”

PB는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그의 관심은 세금이 얼마인지에만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100억 원짜리 상속분쟁을 겪고 난 사람치고는 오히려 담담했다.

몇 달 뒤 들려온 이야기

상속세 신고가 끝나고 시간이 조금 흘렀다.

후일담이 들려왔다.

형제들은 오래전 부동산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듯했고, 이후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지낸다고 했다.

그리고 PB에게도 소식이 하나 있었다.

그가 유증받은 재산 중 일부를 지역 복지관에 기부했다는 것이다.

왜 기부했는지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돈에는 제가 다 갖기에는 너무 무서운 기억도 같이 얽혀 있어서요.”

그 말을 듣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처음 그가 세무법인을 찾아왔을 때가 생각났다.

100억 원을 물려받은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불안해 보였던 얼굴.

“저, 이 유언장 때문에 목숨의 위협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그 말로 상담이 시작됐다.

그리고 이야기를 따라가 보니 그 뒤에는 한 여성의 20년이 있었다.

그녀는 왜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재산을 남겼을까?

피상속인은 평생 혼자 살았다.

형제들과는 오래전부터 멀어져 있었다.

반면 증권사 PB와는 약 20년 동안 관계를 이어왔다.

처음에는 투자상담을 해주는 증권사 직원이었다.

그러다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털어놓는 사람이 됐다.

불안한 일이 생기면 의논하는 사람이 됐고,

암에 걸려 자신의 죽음을 준비해야 할 때 마지막 재산을 맡길 사람이 됐다.

죽기 한 달 전에는 그 사람을 불러 유언장을 준비해달라고 했다.

공증도 받았다.

증인도 세웠다.

그것으로도 불안했는지 영상까지 남겼다.

그리고 한 달 뒤 세상을 떠났다.

사망하자 그녀가 예상했던 것처럼 오랫동안 왕래가 없었던 형제들이 나타났다.

유언장을 문제 삼았다.

PB를 찾아갔다.

결국 소송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그녀가 마지막에 준비해놓은 자료들이 남아 있었다.

공증된 유언장.

그리고 자신의 입으로 직접 이유를 설명한 영상.

그녀는 자신이 죽은 뒤 벌어질 일까지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사건이 있었던 당시와 지금은 유류분 제도가 달라졌다.

당시에는 형제자매도 유류분 권리자였기 때문에 법정상속분의 일정 비율을 주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형제자매의 유류분이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 같은 가족관계에서 동일한 일이 벌어진다면 형제들이 단순히 법정상속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시와 같은 유류분을 주장할 수는 없다.

물론 유언 자체의 효력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유언의 방식이나 의사능력 등에 문제가 있다면 유언의 유효성을 둘러싼 분쟁은 여전히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 공증과 영상이 중요했던 것이다.

상속은 사람의 본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오랫동안 상속세 일을 했다.

그런데 상속 사건을 오래 보다 보면 숫자보다 사람이 먼저 보일 때가 있다.

누가 얼마를 받았는지보다,

살아 있을 때 가족이 어떻게 지냈는지가 사망 후에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잘 지냈던 가족은 재산을 나누는 과정에서도 비교적 잘 끝난다.

평생 쌓여 있던 감정이 있는 가족은 상속이 시작되는 순간 그 감정까지 함께 터져 나온다.

이 사건도 그랬다.

한 여성은 평생 형제들을 두려워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재산을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맡겼다.

그 사람이 특별해서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이유는 더 단순했을지도 모른다.

20년 동안 곁에 있어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상속은 참 여러 가지 인간의 본모습을 들춰낸다.

그리고 가끔은,

평생 곁을 지켜준 사람에게 그 보답이라도 하듯 재산이 흘러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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