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이 남겨놓은 마지막 증거
“우리도 예전에 받은 유언장이 하나 있는데….”
형제들은 PB를 찾아와 말했다.
“당신이 순순히 재산을 포기하면 좋게 끝낼 수도 있어.”
100억 원의 재산을 유언으로 받은 뒤부터 PB의 일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회사에서도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과 다른 것 같았다.
20년 동안 알고 지낸 고객이 사망하면서 100억 원을 유증했다.
아무리 오랜 인연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법정상속인인 형제들이 직접 회사까지 찾아오기 시작했다.
PB는 심적으로 상당히 힘들어했다.
결국 변호사를 찾아갔다.
형제들에게도 몫이 있었다
여기서 당시의 유류분 이야기를 잠깐 할 필요가 있다.
유류분은 피상속인이 유언이나 증여로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더라도 일정한 상속인에게 최소한의 몫을 보장하던 제도다.
이 사건 당시에는 형제자매도 유류분 권리자에 포함돼 있었다.
형제 둘만 법정상속인이라면 법정상속분은 각각 2분의 1이다.
당시 형제자매의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이었다.
따라서 각 형제의 유류분은 전체 재산의 6분의 1.
두 사람을 합하면 전체 재산의 3분의 1이 된다.
나는 PB에게 설명했다.
“협박받은 정황을 포함해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변호사와 전부 상의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형제들이 유언장 자체를 문제 삼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유언이 유효하다는 전제에서도 당시 법에 따른 유류분 문제가 남을 수 있고요.”
PB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결국 소송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유언장이 가짜라고 했다
압박으로 해결되지 않자 형제들의 주장은 달라졌다.
이번에는 유언장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100억 원을 가족도 아닌 증권사 직원에게 남겼다는 것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취지였다.
피상속인이 암으로 투병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태에서 작성한 유언인지도 문제 삼았다.
유언이 무효가 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PB가 재산을 받을 근거 자체가 흔들릴 수 있었다.
하지만 PB 쪽에도 준비해둔 것이 있었다.
공증을 거친 유언장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별도로 촬영해둔 영상이 있었다.
피상속인이 살아 있을 때 자신의 의사를 직접 말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유언장을 만들면서 혹시 나중에 형제들이 문제를 제기할 것에 대비해 남겨놓은 기록이었다.
결국 그 영상도 분쟁 과정에서 증거로 제시됐다.
영상 속에는 한 달 뒤 세상을 떠날 여성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입으로 유언을 남기는 이유를 설명했다.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나는 지금 제정신으로 이 유언장을 남깁니다.”
그리고 잠시 뒤,
형제들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건 오빠들 때문입니다.”
이어진 말은 더 구체적이었다.
“예전에 내 부동산 문서를 조작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러실까 봐, 공증도 하고 영상도 남기는 겁니다.”
20년 전 그녀가 PB에게 했던 이야기였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자신이 받아야 할 부동산을 형제들이 서류를 이용해 가져갔다는 이야기.
PB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이제는 당사자가 사망하기 직전 직접 남긴 영상에 그 이야기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그 영상 때문에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100억 원짜리 유언장을 둘러싼 소송에서 시작했는데,
20년 전 부동산 문제까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리뷰 0
이야기를 읽고 느낀 점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