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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02 · 서울청 조사 3국

13화. 내가 36년 간 본 가장 대박 난 상속(1)

2026.09.22·약 5분

100억을 물려받은 증권사 직원

세무법인 STC에서 있었던 일이다.

상속세 신고 의뢰가 하나 들어왔다.

자료를 처음 받아보고 조금 이상했다.

피상속인은 평생 혼자 살다 돌아가신 여성이었다.

법정상속인은 형제 둘.

그런데 상속재산 100억 원을 받게 된 사람은 따로 있었다.

증권사 직원이었다.

그것도 가족이 아니었다.

피상속인이 유언으로 자신의 재산을 이 사람에게 남겼다.

‘뭐지, 이 구도는?’

100억 원을 유증받은 사람이 세무법인을 찾아온 것이다.

그런데 상담실에서 처음 만난 그의 표정이 이상했다.

100억 원을 물려받게 된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기쁘기는커녕 몹시 불안해 보였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그가 말했다.

“저… 이 유언장 때문에 목숨의 위협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위협이요?”

그때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20년 전 처음 만난 고객

그가 피상속인을 처음 만난 것은 약 20년 전이었다.

증권회사에서 PB로 근무하던 시절, 그녀가 다니던 회사의 투자 상담을 하면서 처음 알게 됐다고 했다.

처음에는 평범한 고객과 증권사 직원의 관계였다.

그런데 몇 번 상담을 하면서 그녀가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기 시작했다.

형제들과는 오래전부터 왕래가 끊겼다고 했다.

이유는 부모님의 상속 문제였다.

“누님 말씀으로는 부모님 유산을 나누는 과정에서 형제들이 누님을 완전히 배제했다고 했습니다.”

그 정도라면 상속분쟁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다음 이야기는 달랐다.

“본인이 상속받을 부동산 하나를 형제들이 서류를 조작해서 가져간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나는 조금 놀랐다.

“그게 가능합니까?”

“저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가 직접 부동산 등기부를 보여줬다고 했다.

본인이 받아야 했다는 부동산의 명의가 실제로 형제들 앞으로 넘어가 있었다.

물론 등기부만 보고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녀는 그때부터 형제들을 완전히 믿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증권사 직원을 점점 의지하기 시작했다.

가족에게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그에게 했다.

투자 상담을 넘어 생활 속 고민까지 이야기했다.

그렇게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저 차, 우리 오빠 친구예요.”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데 그녀의 집 근처에 낯선 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한두 번 본 차가 아니었다.

며칠째 비슷한 곳에 계속 서 있었다.

PB가 물었다.

“누님, 저 차 아세요?”

그녀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우리 오빠 친구예요.”

그런데 그 뒤의 행동은 대수롭지 않았다.

그녀는 집에 들어가면 문을 몇 겹으로 걸어 잠갔다.

PB는 당시에는 그 모습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때는 그냥 나이가 드시면서 불안감이 많아지신 줄 알았습니다.”

그가 내게 말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그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죽기 한 달 전, 급하게 걸려온 전화

세월이 지나 그녀에게 암이 찾아왔다.

병세가 악화됐다.

사망하기 약 한 달 전이었다.

그녀가 PB에게 급하게 연락했다.

직접 만나자고 했다.

몸이 많이 약해져 있었다.

그런데 정신은 또렷했다고 한다.

그날 그녀가 말했다.

“내가 죽으면 오빠들이 바로 나타날 거야.”

그리고 오래전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예전처럼 서류를 만들어서 재산을 가져갈지도 몰라.”

PB는 그녀를 진정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확고했다.

“내가 죽고 나서 아무도 다른 말을 못 하게 해줘.”

유언장을 남기겠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그냥 자필로 써놓는 정도로는 불안하다고 했다.

“내가 내 정신으로 결정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게 해줘. 공증까지 받아줘.”

PB는 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공증 절차를 알아보고 일정을 잡았다.

그녀를 부축해 공증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

유언 당시 의사능력 문제로 나중에 다툼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절차도 신경 썼다고 했다.

증인도 준비했다.

그녀는 자신의 재산을 누구에게 남길지 분명하게 밝혔다.

20년 동안 자신을 돌봐준 증권사 PB에게 자신의 재산을 남긴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유언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약 한 달 뒤,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장에 형제들이 나타났다

그동안 거의 왕래가 없었던 형제들이 장례식장에 나타났다.

그런데 문상보다 먼저 나온 이야기는 재산이었다고 한다.

유언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장례식장에서 언성이 높아졌다.

그때 형제 중 한 사람이 말했다.

“유언장이 있다고?”

그리고 이어서 내뱉었다.

“어떤 놈이 다시 서류를 조작한 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PB는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다시.’

왜 하필 ‘다시’라고 했을까.

PB의 머릿속에 20년 전 그녀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자신이 받아야 할 부동산을 형제들이 서류를 조작해 가져갔다는 이야기.

그동안 그는 그 이야기를 완전히 믿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의심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장례식장에서 형제의 입에서 뜻밖의 단어 하나가 튀어나왔다.

“다시.”

그리고 며칠 뒤,

형제 둘이 변호사도 없이 증권회사로 직접 찾아왔다.

그들이 PB에게 꺼낸 첫마디는 더 이상했다.

“우리도 예전에 받은 유언장이 하나 있는데….”

잠시 말을 멈춘 형제가 말했다.

“당신이 순순히 재산을 포기하면 좋게 끝낼 수도 있어.”

그제야 PB는 그녀가 왜 죽기 직전까지 그렇게 두려워했는지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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