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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02 · 서울청 조사 3국

12화. 내가 36년 간 본 가장 다양한 세금이 나왔던 상속(3)

2026.09.21·약 5분

고지서가 몇 장이야?

조사가 마무리될 무렵이었다.

담당 세무사와 배우자가 조사국을 찾아왔다.

조사 종결 전에 지금까지 확인된 내용을 대략 설명해줬다.

그런데 설명할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먼저 상속세 문제가 있었다.

상속개시 전 사용처가 제대로 소명되지 않은 자금 중 법에서 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부분은 추정상속재산 문제가 됐다.

차명계좌에서 확인된 피상속인의 재산도 상속재산에 포함할 부분을 검토해야 했다.

그다음은 증여세였다.

가족 간에 오간 자금 중 증여로 확인되는 거래가 있었다.

가족들이 취득한 재산 중 본인의 자금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피상속인의 자금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된 부분도 있었다.

사업 관련 세금은 더 복잡했다.

부동산임대업에서는 신고하지 않은 임대료가 확인됐다.

법인에서는 비용처리한 내용 중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나왔다.

유흥업소에서는 매출과 관련된 세금 문제가 확인됐다.

각종 계약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는 인지세 문제까지 나왔다.

상속세 조사 하나에서 시작했는데 세목이 계속 늘어났다.

고지서가 한 종류가 아니었다


조사 결과를 정리하면 대략 이런 식이었다.

상속세.

증여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법인세.

소득세.

인지세.

상속세 하나를 조사하러 들어갔는데 결과적으로 여러 종류의 세금이 한꺼번에 나온 것이다.

고지서 숫자도 상당했다.

내 기억으로는 상속세 고지서 1장.

증여세는 증여시기와 수증자별로 나뉘면서 약 20장.

부가가치세는 사업장과 과세기간별로 약 30장.

개별소비세도 여러 장이었다.

법인세 역시 사업연도별로 나왔다.

소득세도 과세기간에 따라 각각 고지됐다.

인지세도 관련 계약서별로 문제가 됐다.

정확한 장수는 오래전 일이라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책상 위에 세금 고지서가 종류별로 쌓였던 모습은 아직도 기억난다.

총세액도 상당했다.

내 기억으로는 150억 원이 넘었던 것 같다.

다만 오래전 사건이라 정확한 추징세액까지 단정할 수는 없다.

이 사건이 기억에 오래 남은 이유는 세금이 많아서만은 아니었다.

상속세 조사 하나에서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세금이 한꺼번에 나온 사건을 흔히 보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배우자는 한숨만 쉬었다


조사 결과를 하나씩 설명하는 동안 배우자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상속세를 설명했다.

증여세를 설명했다.

부가가치세를 설명했다.

법인세를 설명했다.

소득세와 개별소비세 문제도 설명했다.

계속 새로운 세금 이름이 나오니 배우자는 어느 순간부터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냥 멍하니 듣고 있었다.

가끔 한숨만 쉬었다.

아마 배우자 입장에서는 남편이 사망한 뒤 상속세 신고를 했을 뿐인데, 갑자기 평생 해온 사업과 가족들의 재산 문제까지 한꺼번에 쏟아진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상속세 조사는 원래 그런 면이 있다.

피상속인의 사망 시점에 남아 있는 재산만 보는 것이 아니다.

과거 금융거래를 따라가다 보면 생전 증여가 나온다.

돈의 원천을 따라가다 보면 사업소득 문제가 나올 수 있다.

가족에게 흘러간 돈을 따라가면 자녀와 배우자의 재산 취득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리고 사업 관련 자료를 확인하다 보면 다른 세목의 문제까지 발견될 수 있다.

이 사건은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나온 경우였다.

모든 시작은 전표 한 장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이 사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150억 원이 넘었던 것으로 기억되
는 세금도, 수십 장의 고지서도 아니다.

은행 서고에서 뒤졌던 종이 전표다.

오전 10시에 1억 원이 출금됐다.

오후 3시에 전혀 다른 사람의 계좌로 1억 원이 들어왔다.

이름은 다른데 비밀번호가 같거나 비슷했다.

‘어?’

그 작은 의문 하나에서 시작했다.

전표 하나를 더 찾았다.

또 다른 계좌가 나왔다.

그 계좌를 따라갔더니 다시 새로운 계좌가 나왔다.

그렇게 40개가 넘는 차명계좌가 나왔다.

차명계좌를 따라가니 가족에게 흘러간 돈이 나왔다.

가족의 재산 취득으로 이어졌다.

다시 사업으로 돌아갔다.

부동산임대업이 나왔다.

식자재 법인이 나왔다.

식당과 유흥업소가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상속세, 증여세, 부가가치세, 법인세, 소득세, 개별소비세, 인지세까지 이어졌다.

처음 배정받은 것은 분명 상속세 조사 한 건이었다.

그런데 돈의 꼬리를 끝까지 따라가고 보니 피상속인이 살아오면서 했던 사업과 가족 간 자금거래가 거의 모두 연결돼 있었다.

지금은 당시보다 국세청의 정보력도 좋아졌고 조사기법과 사회적 인프라도 훨씬 발전했다.

예전처럼 조사관이 은행 창고에 들어가 하루 종일 종이 전표를 뒤지는 모습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절에는 조사관들도 정말 몸으로 뛰면서 찾아냈다.

특히 추운 겨울이었다.

어두컴컴하고 차가운 은행 창고에 틀어박혀 두꺼운 전표철을 하나씩 넘겼다.

손은 시리고 눈은 빠질 것 같았다.

그렇게 하루 종일 찾아낸 전표 한 장에서 또 다른 돈의 꼬리가 나왔다.

그러면 다음 날 다시 그 돈을 찾아갔다.

지금도 그 사건을 생각하면 세금 150억 원보다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추운 겨울, 차가운 은행 창고에서 전표철을 뒤지고 있던 그때의 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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