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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06 · 양념관

3화. 한산 소곡주 밀주 단속 이야기

2026.09.22·약 3분

1993년쯤이었다.

충남 서천군 한산면.

한산에는 유명한 것이 두 가지 있었다.

모시. 그리고 소곡주.

당시 한산 소곡주는 정부의 허가를 받아 전통 방식으로 술을 빚는 곳이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한산에는 원래 집에서 술을 빚던 할머니들이 많았다.

마을 잔치가 있으면 직접 술을 담갔다.

오랫동안 술을 빚어온 분들이니 솜씨도 보통이 아니었다.

집에 온 손님들이 술맛을 보고는 물었다.

“이거 안 팔아요?”

처음에는 조금씩 만들어 마시던 술이었다.

그런데 한 병, 두 병 팔기 시작하면서 점점 규모가 커졌다.

문제는 허가받지 않고 만들어 파는 술이었다는 것이다.

어느 날 밀주 단속을 나갔다

세무서 직원 다섯 명이 차 한 대에 타고 한산의 어느 마을로 들어갔다.

꼬불꼬불한 시골길이었다.

가는 길에 마주친 사람이라고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우체부 아저씨 한 명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마을에 도착했더니 동네가 텅 비어 있었다.

‘사람들이 다 어디 갔지?’

어느 집 대문을 두드렸다.

인기척이 없는 것 같았는데 갑자기 안에서 누군가 후다닥 움직였다.

뒷문으로 사람이 튀어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계장님이 소리쳤다.

“손 주사, 뛰어!”

난 무작정 쫓아갔다.

나는 첫날이고, 그 사람들은 프로였다

뒷문을 나가면 바로 뒷동산이었다.

그 사람은 산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는 죽어라 뛰었다.

그런데 반도 못 따라가고 놓쳤다.

헉헉거리면서 돌아왔다.

당시 내가 스물여섯, 스물일곱 정도였다.

팀에서 제일 젊은 막내였다.

‘젊은 놈이 뛰면 잡겠지.’

아마 계장님은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애초에 상대가 안 됐다.

나는 첫날이었고, 그 사람들은 도망이 몸에 밴 사람들이었다.

세무서 차가 보이면 일단 튀는 거다.

빈집은 조사를 못 하니 죽어라 내빼는 것이다.

그렇게 헛탕을 치는 날도 있었다.

반대로 제대로 들어간 날에는 집 안에서 누룩 단지와 술 단지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술맛이 너무 좋았다는 것이다

허가받지 않고 만들어 판매하는 술이 적발되면 압류하고 수거해 폐기처분해야 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소곡주가 너무 맛있었다.

정말 맛있었다.

그 맛있는 술을 전부 버리려니 아까웠다.

그래서 몇 병은 그날 저녁,

몸속으로 폐기처분했다.

ㅎㅎ

물론 지금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그 시절이었으니 가능했던 이야기다.

지금은 한산 소곡주도 정식으로 상품화됐고 다양한 전통주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래도 가끔 소곡주를 보면 그때가 생각난다.

세무서 차를 보자마자 뒷산으로 냅다 뛰던 사람.

“손 주사, 뛰어!”

그 말 한마디에 영문도 모르고 뒤쫓아 뛰던 스물일곱 살의 나.

그리고 그날 저녁,

폐기해야 할 술 몇 병을 앞에 놓고 둘러앉았던 사람들.

그 시절 한산 소곡주 맛은 지금도 가끔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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