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압류했다고?
"음머어~~!"
갑자기 숙직실이 술렁거린다.
시골 세무서의 숙직실은 여지없이 사랑방이다.
관사 울타리 내에
기숙사와 숙직실이 있다 보니
일과가 끝난 저녁나절이면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간식내기 바둑ㆍ장기를 두거나 가끔 족발이나 치킨을 시켜 놓고
간단한 반주 한잔씩 하면서
조그만 티브이 앞에 모여 앉아
이런저런 얘기로 하루 피로를 풀곤 하던
나름의 성지였다.
"이게 뭔 소리래?"
숙직실에 있던 직원들이 모두
밖으로 나와 보니,
세상에나..
사람들 눈이 모두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엊그제 갓 입사한 막내 직원과
온갖 근심과 걱정스러운 표정의 농사꾼이
이게 뭔 일인가 싶은 천진무구한 표정의
소 한 마리 옆에 고삐를 쥐고 서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얼마나 걸어왔는지
땀이 범벅이 돼서 측은할 정도다.
그런데.
글쎄 그 소의 코뚜레에
빨간 압류 딱지가 붙어 있는 게 아닌가.
"음머어~~!"
소도 지치고 배가 고픈지 또 울어 댄다.
시골의 저녁은 세상 조용하다.
그래서 소 울음 소리가 유난히
크고 묵직하게 들린다.
같은 과 고참 직원이 급하게 따로 신참 직원을
저만치 데려가서는
"야, 너 이거 뭐야?"
"아침에 체납정리 너무 약하게 하는 거
아니냐고 혼나서 말입니다.
오늘 빈손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그러셨잖아요."
"에라이. 생계와 직접 관련 있는 재산이나
기계, 물품은 압류 금지인 거 몰라?
너 이거 어쩔 거야?"
"음머어~~!"
직원들은 이 웃지 못할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고.
한 직원이 시원한 물 한 잔을
농부에게 건네고 농부는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 급하게 들이켠다.
걱정도 됐으려니와 갈증이 심했나 보다.
고참 직원은 또 농부를 따로 데려가서
꽤 오래 얘기를 나눈다.
얼마 후, 농부는 다시 소와 돌려보냈다.
근처에 친척 집이 있어 그리 가기로 했단다.
"음머어~~!"
소 울음소리가 멀어지자
그때서야 직원들도 어이없다는 듯
키득거렸다.
다음 날 아침.
세무서는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과장은 서장실에 가서 깨지고,
계장은 과장한테 깨지고,
직원들은 계장한테 깨졌다.
왜 신참을 교육도 제대로 안 시켰으며,
왜 체납정리를 신참 혼자 보냈냐는 게
이유였다.
그래서인지 내가 가자마자
체납교육부터 시키고
체납정리 출장은 꼭 고참을 붙였다.
시골 세무서는 도심에서는
상상이 잘 안 가는 일들이 가끔 생기곤 했다.
지금이야 다 추억이지만
그때는 참 힘든 일도 많았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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