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10억을 찾고 아들이 집을 샀다
상속세 조사 강의를 준비하면서 이런 문제를 하나 냈다.
아버지가 상속개시 5년 전에 10억 원을 출금했다.
그즈음 아들이 주택을 취득했다.
그런데 아들은 그 주택의 취득 자금을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다.
5년 후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상속세 조사가 시작됐다.
그렇다면 아버지가 출금한 10억 원은 어떻게 될까?
① 사용처를 모르면 그것으로 끝난다.
② 사용처를 모르니 상속재산에 가산한다.
③ 아들이 취득 자금을 소명하지 못했으니 아버지가 증여한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과세한 뒤 상속재산에도 가산한다.
④ 아들에게는 증여추정으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지만, 아버지가 증여했다고 특정할 수 없다면 상속재산에는 가산하지 못한다.
정답은 ①번과 ④번이다.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아버지는 10억 원을 출금했다.
비슷한 시기에 아들은 집을 샀다.
게다가 아들은 그 집을 무슨 돈으로 샀는지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는 이렇게 생각하기 쉽다.
“아버지가 찾은 10억 원을 아들에게 준 것 아닌가?”
그런데 세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상속개시 전 2년이 중요하다
상속개시 전 일정 기간 안에 피상속인이 거액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예금을 인출했는데 사용처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으면 일정 요건에 따라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해 상속세 과세가액에 산입할 수 있다.
현재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재산 종류별로 상속개시 전 1년 이내 2억 원 이상 또는 2년 이내 5억 원 이상을 기준으로 두고 있다.
그런데 이 사례는 5년 전 출금이다.
따라서 단순히
“아버지가 10억 원을 찾았는데 사용처를 모르겠습니다.”
이것만 가지고 그 돈을 추정상속재산으로 상속세 과세가액에 넣을 수는 없다.
2년 이내와 2년 이전은 완전히 다르게 봐야 한다.
그러면 아들이 산 주택은?
여기서 문제가 하나 더 생긴다.
아들이 그즈음 주택을 취득했다.
그런데 소득이나 기존 재산 등을 봤을 때 그 주택을 자기 돈으로 샀다고 보기 어렵고, 취득 자금도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다.
이 경우에는 별개의 규정이 작동한다.
바로 재산 취득자금 등의 증여추정이다.
재산 취득자의 직업, 연령, 소득, 재산 상태 등을 봤을 때 자력으로 취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그 취득 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니까 아들 입장에서는 증여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게 있다.
누구에게 증여받았느냐는 문제다.
아들의 취득 자금이 소명되지 않는다는 사실과,
그 돈을 아버지가 증여했다는 사실은 같은 얘기가 아니다.
아들이 돈의 출처를 밝히지 못했다고 해서 곧바로
“5년 전 아버지가 출금한 바로 그 10억 원을 아들에게 증여했다.”
이렇게 연결할 수는 없다.
그래서 ①번과 ④번이다
아버지가 5년 전에 출금한 10억 원.
아들이 비슷한 시기에 취득한 주택.
겉으로 보면 두 사실이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돼 보인다.
하지만 세금은 “그럴 것 같다”만으로 과세하는 것이 아니다.
상속개시 2년 이전에 아버지가 출금한 돈이라면 단순히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추정상속재산에 가산할 수 없다.
반면 아들이 주택 취득 자금을 소명하지 못하면 별도로 증여추정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증여자를 아버지라고 특정하기 어렵다면, 그 금액을 아버지의 사전증여재산이라고 단정해 상속세 과세가액에 합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 문제를 강의에서 내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아버지의 10억 원 출금과 아들의 주택 취득.
두 사실이 같은 시기에 일어났다고 해서 세법상 자동으로 하나의 거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상속세 조사에서는 결국,
돈이 어디에서 나와 어디로 갔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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