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는 친아들이었다
“그거 우리 큰아들이 제보한 거예요.”
“네?”
순간 우리도 놀랐다.
아들이 어머니의 100억 원이 넘는 차명주식을 국세청에 제보했다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 배다른 자식인가 보다.’
상속 사건을 많이 보다 보면 재혼 가정이나 이복형제 사이에서 재산 분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친아들이었다.
자기 친어머니였다.
아들은 어머니가 다른 사람 명의로 가지고 있던 100억 원이 넘는 주식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재산이 상속 재산에서 빠진 사실을 국세청에 제보했다.
그 말을 듣고 한동안 묘한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상속이 시작되면 가족의 다른 얼굴이 보인다
상속세 조사를 오래 하다 보면 가족의 다른 얼굴을 보게 된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가족관계가 드러나는 것이다.
누가 아버지에게 더 많은 재산을 받았는지.
누가 어머니 재산을 관리했는지.
누가 몰래 증여를 받았는지.
누가 어떤 재산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
평소에는 덮여 있던 것들이 상속이 시작되면 하나씩 밖으로 나온다.
이 사건도 그랬다.
처음에는 상속세 조사 하나였다.
조사가 힘들게 끝났다.
그런데 감사원 감사에서 문제가 됐다.
조사 반장은 인사 경고를 받고 서울청 조사국에서 일선 세무서로 하향 전보됐다.
몇 개월 뒤에는 탈세 제보가 들어왔다.
100억 원이 넘는 차명주식이 확인됐고, 추가로 약 80억 원의 세금이 추징됐다.
그 일로 처음 조사를 담당했던 반장에게 다시 징계 문제가 거론됐다.
결국 반장님은 감사에 시달리다가 퇴사했다.
상속세 조사 한 건이 조사관 한 사람의 공직 생활을 완전히 흔들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의 마지막에 알게 된 사실.
탈세 제보자는 상속인의 친아들이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나는 36년 동안 수많은 상속을 봤다.
수백억 원의 재산을 놓고 싸우는 가족도 봤다.
몇억 원 때문에 형제끼리 평생 등을 돌리는 경우도 있었다.
평소에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던 가족도 부모가 돌아가시고 재산을 나누기 시작하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36년 동안 상속을 지켜본 내가 내린 결론이 하나 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그런데 그 피를 흐리는 건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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